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DNA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전담수사팀은 첫 살인 피해자가 있기 전 화성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 강간 사건에 대해서도 용의자 이춘재(56)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전담수사팀은 1차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86년 9월 이전인 같은 해 2월부터 7월 중순 사이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강간 사건 7건도 용의자 이춘재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이 7건의 강간 사건을 다시 주목한 이유는 피해자들이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가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당시 그려진 용의자 몽타주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피해자들은 키 165~170cm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20대 남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피해자의 스타킹이나 양말 등 옷가지를 이용해 결박하거나 속옷을 머리에 뒤집어씌우는 등 수법도 비슷해, 연쇄 강간 사건과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같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km 내 4개 읍·면에서 13세에서 71세에 이르는 여성 10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연쇄살인 사건이다. 이춘재는 앞서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1995년 10월 23일부터 25년째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사건이 벌어진 당시 경찰은 6차 살인 사건 이후 이춘재를 용의자로 보고 조사했지만 며칠 후 수사선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과학수사 기술로는 6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액 등 증거물이 그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당시에는 확보한 증거물에서 DNA를 검출해 분석하는 기술이 도입되기 전이었다. 6차 사건은 1987년 5월 9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의 한 야산에서 주부 박모(당시 29세) 씨가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경찰은 지난 7월 화성 사건 현장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춘재에게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춘재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결정적 단서인 목격자 진술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