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현재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TV를 운영하고 있지만 카카오TV의 주요 서비스는 개인 스트리밍 방송이고, 넷플릭스처럼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는 제공하지 않는다.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페이지는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동영상 전문 서비스가 아닌 웹툰·웹소설까지 제공하는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게다가 카카오페이지는 사용자가 월 사용료를 내고 TV처럼 시청이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 작품별로 하나씩 구매해야 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사무실. 사진=고성준 기자
카카오의 행보를 보면 OTT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 2012년 카카오벤처스는 국내 OTT 기업 왓챠에 8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들은 현재 부족한 분야를 인수·합병(M&A) 또는 자체 대규모 투자로 채워갈 것”이라며 “SK텔레콤은 콘텐츠 제작사, 카카오는 OTT (분야 진출이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삼정KPMG도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OTT 시장에서 주요 기업들간의 M&A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다”며 “현재 M&A를 시도할 여력이 있는 주요 기업들로는 자금력을 갖춘 통신 3사와 카카오, 네이버 등 ICT 기업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OTT 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카카오의 OTT 진출설에 무게를 싣는다. 방통위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2017년 36.1%에서 2018년 42.7%로 증가했다. 또 방통위는 국내 OTT 시장 규모가 2018년 5136억 원에서 2019년 6345억 원, 2020년에는 7801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94억 4400만 달러(약 11조 3200억 원), 영업이익 11억 6500만 달러(약 1조 397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상반기 매출 76억 9800만 달러(약 9조 2300억 원), 영업이익 9억 900만 달러(약 1조 900억 원)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넷플릭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94억 4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은 2018년 4월 넷플릭스의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제작발표회. 사진=박정훈 기자
강준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콘텐츠 수급 관련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고품질 오리지널 콘텐츠 자체 제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디즈니플러스는) 다른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통해서 서비스 차별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서 콘텐츠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카카오에도 적용이 가능한 분석이다.
그렇지만 카카오가 OTT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경쟁 업체에 우위를 차지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해외 업체와 왓챠플레이, 웨이브, 티빙 등 국내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도 오는 11월 출범 예정이다.
OTT는 초기 투자비용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는 2018년 자체 콘텐츠 제작에만 80억 달러(약 9조 5900억 원)를 투자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웨이브 운영사)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11월 정도에 2000억 원의 투자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5조 원 이상의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지만 OTT에 진출해 기대만큼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 회사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아직까지는 OTT 사업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카카오M 관계자는 “회사가 작년에 설립됐고, 대표이사도 올해 초 취임해 현재는 콘텐츠 제작 역량 등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들을 활용하면 콘텐츠 유통 경로가 현재 많은 것 같아 아직은 논의 단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해외 OTT 업체 강세에 합작법인으로 대항하는 국내 업체들 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가 지난 2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영상 콘텐츠 유료 이용 서비스’ 1위는 47.3%의 넷플릭스가 차지했다. 이어 유튜브(22.4%), 푹(14.3%), 왓챠플레이(12.2%), 옥수수(11.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업체보다 해외 업체가 OTT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은 합병을 통해 해외 업체에 맞서고 있다. 지난 18일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와 KBS, MBC, SBS, 방송 3사가 운영하는 OTT 푹을 통합한 OTT 웨이브가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CJ ENM과 JTBC가 OTT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내년 초까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통합 서비스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합의했다. CJ ENM이 합작법인 1대주주, JTBC가 2대주주로 참여할 계획이다. JTBC 관계자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할 뿐 아니라 적절히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CJ ENM과 사업협력을 통해 국내 미디어 전반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함께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작법인을 통한 콘텐츠 확대는 콘텐츠 포트폴리오 확대 및 타 OTT와 콘텐츠 제휴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라며 “한국 토종 OTT의 출범은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공급 가시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