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위장약 ‘잔탁’ 등 국내 유통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발암 우려 물질(NDMA)이 검출돼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궤양과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국내 유통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26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NDMA를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4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미량 검출됐다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발표가 나오자, 리니티딘 성분의 오리지널 품목인 ‘잔탁’을 생산하는 1개 원료제조소에 대해 1차 조사에 나섰다. 이어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시중 유통 원료제조소 7곳으로 조사 확대한 2차 결과, 원래 불검출됐던 잔탁 제조소를 포함한 전 제조소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인 0.16ppm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입장을 바꿨다. 라니티딘 NDMA 잠정관리기준은 라니티딘 1일 최대 복용량(600mg)을 평생 섭취하는 것을 전제로 산정한 수치다. 이와 관련, 미국 등 해외에서 라니티딘 계열 위장약의 위험성을 지적한 이후에 식약처가 대응한데다 조사 결과도 10일 만에 번복되면서 식약처의 긴급 조치가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식약처는 검출 원인에 대해 라니티딘에 포함된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체 분해·결합하거나, 제조과정 중 아질산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돼 NDMA가 생성됐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자 관련 전문가들과 ‘라니티딘 중 NDMA 발생원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번에 잠정적으로 판매가 중단된 대상은 허가된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 395개 품목 가운데 269개(133개사)다. 269개 의약품의 지난해 기준 생산․수입 실적은 약 2700억 원에 달한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단기 복용한 경우 인체 위해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국내 환자는 144만여 명이다. 처방 의료기관은 2만 4301곳, 조제 약국은 1만 9980곳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장질환 등으로 처방받은 환자가 가장 많고, 연간 6주 이하의 단기복용 비율이 높다. 다만 해당 의약품을 장기 복용한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이와 관련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라니티딘 인체영향 평가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가운데 안전에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면 종전에 처방 받은 병·의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라니티딘 의약품을 직접 처방받은 병의원에서 추가 복용 필요 여부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한 뒤 다른 의약품으로 재처방 받으면 된다. 현재 복용중인 라니티딘 의약품에 대한 재처방·재조제 시 1회에 한해 환자 본인 부담금이 없다. 조치대상 의약품 중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입이 가능한 일반의약품도 약국을 방문해 교환 또는 환불 받을 수 있다. 잠정 판매중지 및 처방제한 의약품 목록은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