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생중계되는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청와대 출신 인사들과 기존 지역구 당협위원장들 간 후보 경선은 가장 뜨거운 감자다. ‘굴러온 돌’ 청와대 출신들은 ‘대통령 프리미엄’을 내세우고 있다. ‘박힌 돌’인 지역구 당협위원장은 그동안 공들인 지역 내 인지도가 장점이다. 비문 진영에선 당내 물갈이를 핑계로 청와대 출신들을 낙하산 공천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지 않는다. 최근 친문 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에게 총선 불출마 계획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를 하기 전 자신 혹은 계파 사람부터 불출마나 공천 탈락을 시켜야 다른 계파를 탈락시킬 명분이 생기는 법이다. 수도권 출마가 예상됐던 친문 핵심 두 명이 자진해서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상대적으로 현역 의원 등 물갈이가 쉬워질 수 있다”며 “이 두 명을 공천하기 위해 쓸 힘이 다른 쪽에 더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에선 다선 의원, 운동권 출신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 대부분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 자리에 청와대 출신들을 공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청와대 출신과 당협위원장 간 충돌설 역시 이런 배경에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민주당은 2016년 공천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까지 공천 탈락시키는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 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가동시킬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과거 자신이 아픔을 겪었던 이가 대표가 된 만큼 과연 정무적 판단으로 탈락시키고, 전략공천하는 방식을 택할지 의문이 들기는 한다”고 했다.
2016년 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하에서 대대적 물갈이를 진행했다. 문희상 현 국회의장도 공천 배제 직전까지 갔었고, 유인태 현 국회 사무총장 정청래 전 의원 등 좌장과 핵심을 가리지 않고 컷오프시켰다. 이런 컷오프가 당내 극한 갈등을 유발했지만 결국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며 새누리당을 꺾고 1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과 지금은 당내외 여건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과거처럼 밀실에서 전략공천을 하면 갈등과 잡음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며 “19대 총선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전략공천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이 같은 기류가 계속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결국 룰 싸움이라는 얘기인데, 여기서 청와대 출신이 이길 수 있느냐는 물음표가 나온다. 선거를 많이 치렀던 민주당 한 원외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민주당 경선 룰을 보면 당 의원 중 하위 20%로 평가될 시 페널티가 있지만 이를 빼고는 일반 여론조사 50에 당원 여론조사 50이다. 결국 지역위원회 조직력이냐 문재인 대통령 후광 효과냐의 싸움인 셈이다. 일반 여론조사는 청와대 출신이 유리하고 당원 여론조사는 당협위원장이 유리한데 보통 총선 경선은 조직력이 좌우한다. 청와대 출신이라고 텃밭을 가꾸지 않으면 경선에서 이기긴 어렵다고 본다. 지역 당원들은 그냥 낙하산처럼 내려온 외부인보다는 지역에서 같이 등산도 가고, 선거 유세도 해 본 사람을 좋아한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조국 정국을 맞으면서 급속도로 빠지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9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40%를 기록하면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53%로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더 빠진다면 ‘청와대 출신’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지역구 출마를 노렸던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독립적인 변수로 바라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잘하는지에 달린 종속변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들의 국회 입성 여부는 문 대통령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