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생인 아이유(본명 이지은)와 1994년생 수지(본명 배수지)는 20대 중반에 접어들어 성숙한 매력까지 더하면서 전방위 활약을 벌이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도 앞 다퉈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 캐스팅 경쟁을 벌이는 상황. 인지도와 스타성에서 우열을 가리기도 어려워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아이유(왼쪽)와 수지. 사진=tvN·SBS 제공
#가수에서 연기자로…‘비슷한 듯 다른’ 행보
아이유는 최근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성공으로 이끌면서 연예계 핫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진 그가 처음 ‘원톱’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를 통해 안방극장까지 석권하자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사실 연기를 먼저 시작한 사람은 수지다. 2010년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하고 이듬해인 2011년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병행했다. 고등학생 때 이미 미니시리즈 주연으로 발탁된 그는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일약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도약했다. 보통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음반과 연기 활동에 일정한 균형을 맞추는 것과 달리 수지는 영화와 드라마에 오히려 중심을 뒀다. ‘건축학개론’의 성공 덕분에 다양한 출연 제안이 쏟아진 결과이기도 했다.
반면 아이유가 연기에 눈을 돌린 건 2009년 데뷔하고 4년이 지난 2013년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주연을 맡으면서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미니시리즈나 영화에 집중한 수지와 달리 아이유는 중·장년층을 주요 시청자인 주말드라마부터 시작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보다 편안하게 시청자에게 접근했다”며 “이후에도 아이돌 스타가 참여하지 않을 것 같은 작품들을 통해 실력을 키워왔다. ‘미생’ ‘시그널’을 만든 김원석 PD와 손잡고 참여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출연한 것을 보면 그의 지향을 엿볼 수 있다”고 짚었다.
‘호텔 델루나’에 출연한 아이유. 사진=tvN제공
가수를 넘어 연기자로도 인정받으면서 아이유와 수지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1020세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인지도를 확대한 것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까지 아우르면서 ‘스타 파워’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활동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아이유는 수지와 달리 연기활동을 병행하지만 가수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하다. 직접 기획하고 프로듀싱 한 여러 음반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았고, 초창기 ‘너랑 나’ ‘좋은 날’ 등을 넘어 최근 내놓은 ‘삐삐’까지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호텔 델루나’를 마치자마자 돌아간 곳도 다름 아닌 무대다. 11월 광주를 시작으로 인천, 부산, 서울로 이어지는 전국투어 공연을 진행하는 아이유는 12월부터 대만 타이베이, 싱가포르, 필리핀 마닐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태국 방콕,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여성 솔로가수가 전국투어를 넘어 아시아 단독 투어까지 벌이는 건 아이유가 유일무이하다.
수지는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데뷔부터 몸담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올해 초 독립해 전도연, 공유, 공효진 등 배우들이 속한 숲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수지는 이를 계기로 “배우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주축 멤버인 수지가 연기에 집중하면서 소속 그룹인 미쓰에이도 2017년 해체 수순을 밟았다.
#화제의 드라마에 나란히 주연…활약상 ‘비교대상’
아이유가 가수로서 실력을 다지면서 정상에 올랐고, 뒤이어 주력한 연기 활동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통하는 ‘아이콘’의 자리를 차지했다면 수지는 대중의 ‘첫사랑’ 판타지를 자극하면서 톱스타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년 방송가 기대작으로 꼽힌 ‘구가의 서’ ‘함부로 애틋하게’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드라마에서 어김없이 수지가 주연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0일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의 주연으로도 출연하고 있다.
‘배가본드’는 최근 막을 내린 ‘아스달 연대기’와 더불어 올해 방송가 최대 블록버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무기거래 비리를 파헤치는 이들의 활약을 담은 첩보액션이다. 수지는 국정원 비밀요원 역을 맡아 처음 첩보액션 장르에 도전, 거악에 맞서고 있다. 그간 출연한 드라마가 전부 로맨스·멜로 장르인 수지에게 모험이자 도전인 셈이다. 수지는 방송을 앞두고 “드라마 주인공이 극 중 성장하는 것처럼 저 역시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이번 작품을 통해 보이겠다”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배가본드’에 출연한 수지. 사진=SBS 제공
아직 방송 초반이기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부에선 수지의 연기력에 의아함을 표한다. 카리스마와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할 첩보요원 역할과 수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색한 연기력을 꼬집는 여론이 형성된 탓이다. 이 같은 날선 비판은 앞서 아이유도 거친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나의 아저씨’ 방송 초반, 드라마의 분위기와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그 과정을 딛고 성장한 끝에 판타지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성공은 물론 실력까지 증명했다.
연기력 논란에 휘말린 수지의 다소 불안한 출발은, 하필 아이유가 드라마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직후 불거져 비교의 대상에 놓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두 사람의 팬들은 온라인 게시판과 SNS를 통해 ‘비교하지 말라’면서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라이벌 구조를 형성한 만큼 비교의 시선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