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배우자 정경심 소환
조국 장관 일가 수사에서 조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만 남겨놓고 있지만, 검찰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정경심 교수가 주도했다고 보는 △자녀 증명서 위조 △사모펀드 운용 △증거인멸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사모펀드 부분 수사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10월 초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를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구속 만기일이 10월 4일인 탓에, 3일 즈음 기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국 일가 사모펀드 투자를 받은 업체 웰스씨앤티 대표 최 아무개 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검찰은 5촌 조카 조 씨 기소를 앞두고 공모 관계 정리 및 입증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공소장 언론 공개 여부 역시 검토 중이다.
조국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 바닥에 벌써 포토라인이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조 씨가 조성한 사모펀드 및 주가조작 의혹에 정 교수가 관여된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가법상 횡령·증거인멸교사 등 8개 이상의 혐의 적용 가능성이 높은데 투자사 더블유에프엠(WFM)을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허위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띄워 50억 원을 빼돌려 정 교수에게 줬다고 검찰은 의심 중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남동생 정 아무개 씨 등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지분을 사게 하고, 거꾸로는 WFM으로부터 자금 10억 원을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국 장관 딸과 아들의 증명서 및 표창장 위조 의혹도 수사가 마무리 확인 단계로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9월 22일 조 장관의 딸을 두 번째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24일에는 아들까지 처음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들에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이 발급된 경위를 묻고 이것들이 입시에 활용됐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등 조국 장관 자녀들이 지원한 대학교, 대학원을 일제 압수수색하며 자료 확인도 진행 중이다.
정 교수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증거인멸 의혹도 어느 정도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는 게 검찰 내 평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구실 PC를 외부로 빼내 자택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형법상 자기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지만, 투자회사 직원을 시켜 PC 반출을 하게 하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한 것은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조만간 정 교수 소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9월 중하순까지만 해도 일부 매체가 “정 교수가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양한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 전반을 확인한 뒤, 신중하게 소환할 계획이다.
수사팀 내부 소식에 밝은 검찰은 “(증거인멸 등) 혐의를 입증할 근거는 충분히 확인됐다. 수사팀은 사문서 위조는 물론, 각종 의혹의 핵심에 정 교수가 있다고 본다”고 분위기를 귀띔했는데, 판사 출신 변호사 역시 “여당 측은 ‘증거보존을 위해서’라고 얘기하지만 법조계 기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일 뿐더러 판례적으로 봐도 ‘증거인멸의 핵심 행위’라고 보는 게 당연하다”고 검찰에 힘을 보탰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박은숙 기자
#“구속영장 청구 100% 확실…윤석열 책임론도 등장”
그리고 검찰은 소환은 물론, 구속영장 청구 방침도 대략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는데, 검찰 안팎에서는 “영장 청구는 100% 결정된 사안으로 시점이 관건”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의 ‘책임론’이 거론된다. 정 교수의 구속 여부가 정국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 영장이 기각될 경우 윤 총장 쪽의 과도한 수사에 따른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현직 법무장관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벌였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특수1부·특수3부 검사 일부는 물론 서울남부지검과 강력부 검사 일부까지 투입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인사권자(대통령)에 흠집을 주는 수사를 강행한 터라 실패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임기(2년)를 다 채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장관 기소나 1심 결과 시점에 맞물려 조국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을 때 함께 총장직을 내려놓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국 장관의 개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거나 애매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정도)로만 기소해도 검찰의 실패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조국 장관 기소 가능성도 높은데, 검찰 수사가 기소를 실제로 하는 시점이 되면 검찰이 청와대의 결정에 ‘항명’을 한 셈이고 이는 검란으로 봐야 한다”며 “수사 시작과 함께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는 윤석열 총장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국 장관이 기소되거나 조국 장관이 물러날 때 혹은 1심에서 나오는 유무죄 판단 시점 정도에 윤석열 총장도 함께 물러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그림”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역시 “지금 총장이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다만 지금은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수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고 총장 역시 ‘수사로 말한다’는 검사의 기본자세에 입각해서 수사를 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이미 시작된 정치권의 압박
청와대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9월 26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 기조강연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는데, 검찰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에 우리가 보았던 그런 일(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했다”며 대놓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이에 대해 청와대 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이자 압박이라고 비판하자, 강 수석은 “대통령 순방 일정에 검찰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수석이 기조강연에서 언급한 “검찰이 조사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부분이 ‘현재 여권의 프레임’이라는 점을 법조계는 주목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도 하명 수사를 할 때는 그런 부분을 쏙 빼고 ‘사실 관계를 밝히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태도를 보이자 채동욱 총장을 ‘혼외자’ 이슈로 엮어서 물러나게 하지 않았느냐”며 “윤석열 총장이나 총장 부인 관련 첩보 등을 흘려 흠집내기를 시도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청와대와 검찰 사이 관계가 악화됐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