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커지자 조국 장관 측은 “외압이 아닌 인륜의 문제”라고 설명하는 상황. 하지만 검사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누가 봐도 외압이다.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반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과 법무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조국 국회 데뷔일 ‘검사 외압’ 논란
조국 장관의 ‘국회 데뷔일’이었던 26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국 장관 관련,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압수수색팀 검사와의 통화 외압이다.
주광덕 의원은 조국 장관을 상대로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시작할 무렵에 (현장) 검사 팀장과 통화한 사실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조 장관은 “처(정경심 교수)가 놀라서 압수수색 당했다고 연락이 왔다. 상태가 안 좋으니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드렸다”고 얘기했다.
주 의원이 ‘검사 외압’이라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추가적으로 “제 처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안 좋은 상태여서 안정을 찾게 해 달라고 (검사에게) 부탁을 드렸다. 압수수색에 대해서 어떤 방해를 하거나 진행에 대해 지시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9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검찰 서로 다른 설명
언론 보도 등이 쏟아지자 법무부는 조국 장관을 옹호하는 입장을 내놨다. 법무부는 “당시 통화에서 수사지휘는 없었고, 배우자 건강이 염려돼 놀라지 않게 진행해달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며 “아내 정경심 씨가 충격으로 쓰러져 119까지 부르려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조국 장관도 9월 27일 오전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장관으로서 압수수색에 개입하고 관여한 것이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 건강을 배려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며 “이것은 인륜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법무부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26일 오후 내놓자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법무부 설명이 사실과 달라서 정확히 설명하겠다”며 “9시 30분 조국 장관 자택에 도착해서 부인 정 교수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변호인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정 교수가 누군가랑 통화를 하다가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고 현장에 나가 있던 압수수색 팀장 검사한테 바꿔줬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전화를 받으니 전화기 건너편에서 “장관입니다”라고 했고, 이에 해당 검사가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특수 2부 소속 아무개입니다”라고 소속을 밝혔다는 건데, 이는 장관과 검사의 통화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 장관이 “처가 몸이 좋지 않고 아들과 딸이 집에 있으니 신속히 진행해 달라”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수차례 했다는 게 수사팀 설명이다. 이는 조 장관 얘기와도 일치한다.
하지만 외압인지 아닌지부터는 검찰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수사팀 관계자는 “부적절하다는 걸 검사는 당연히 알았지만 현직 장관이 전화로 수차례 얘기하기에 절차에 따라 신속히 하겠다는 답변으로 전화를 끊었다”며 “동료 검사가 부적절하다고 수차례 얘기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대검찰청도 “대정부질문을 통해 조 장관과 검사가 통화한 사실을 알기 전까지 이를 모르고 있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어제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대검 관계자는 “조 장관의 이번 통화는 수사 외압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는데, 법조계 역시 ‘문제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에 대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신속하게 압수수색 해달라”는 조국 장관의 지시는 ‘구체적 사건’에 해당한다는 것.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으로 사건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법 조항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영란법 5조는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부정청탁 유형 중 하나로 수사 관련 행위를 들고 있다. 김영란법 법령 해설집에서 “수사 개시부터 종료까지 모든 과정에서의 처분을 뜻하고, 압수수색 등을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신속한 압수수색 부탁은 수사 관련 부정청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심정 이해하나 전화 문제 있어”
검사 출신 법조인은 “조국 장관은 인륜의 문제라고 하고 남편 입장에서 압수수색을 걱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어느 범죄 피의자 가족이 ‘검사를 바꿔 달라’고 하고 ‘압수수색을 빨리 끝내 달라’고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압수수색은 진행 중에 영장 외에 자료 등이 나오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이 더 걸릴 수도 있는데 ‘신속하게 해 달라’라고 여러 차례 얘기한 점, 그리고 그 얘기를 한 주체가 인사권자인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명백한 외압”이라며 “길거리에서 사건 관계인을 마주치거나 사건 변호사만 식당에서 만나도, 말이 나올까봐 인사조차 하지 않고 피하는 게 검사들인데 되레 장관이라는 사람은 압수수색 검사에게 전화를 할 생각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들도 ‘상식 밖 행동’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지금 수사팀이 ‘인사권자’를 향해 검사 개개인의 목숨을 걸고 수사를 하고 있는데, 그 인사권자는 자택 압수수색을 나간 검사에게 ‘신속하게 하라’고 지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깜짝 압수수색도 아니고, 이미 한창 조국 장관 가족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해 놓고 전화를 바꿔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