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골프선수에 대한 일선 학교들의 관리 실태를 놓고 반발이 거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임준선 기자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운동부 학생들은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조차 모르는 일이 흔했다. 1년 내내 교실에 나타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한 교사는 “비록 모든 학생 선수가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빠지지 않고 수업시간에 앉아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축구, 야구 등 인기종목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에선 격세지감을 느낀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대다수 대회는 ‘주말리그’로 대체됐다. 주중에 수업을 듣고 주말에 경기에 나서라는 것이다. 단일 대회 개최 기간도 방학 기간에 몰렸다. 유명한 청룡기, 봉황기 등 고교 야구대회는 방학인 7~8월 개최된다. 그만큼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성적이 뛰어나다고 해서 학교에서 수업 결손을 허락해주는 과거의 방법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최근 일요신문 인터뷰에 응한 한 종목의 국가대표 지도자는 선수들의 운동 열정뿐 아니라 학업에 대한 의지를 칭찬하기도 했다. 대표팀에 일부 학생 선수가 포함돼 이들을 지도한 이 인사는 “고된 훈련 일정에서도 아이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인 진천선수촌에서도 선수들이 학교 수업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예외’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종목에서 이런 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골프 종목에서 이같은 추세에 반하는 사례들이 일부 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호남지역 교육 일선에 있는 A 씨는 “일부 학교에선 (골프선수)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알고도 눈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교에서만 특정 학생 선수들의 편의를 봐준다면 철저한 관리를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형평성 논란도 야기시킨다. A 씨는 “골프부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골프선수를 입학시키는 일부 학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골프선수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당연히 선수나 부모 입장에선 학교 수업보다 운동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와 교육청의 방침이고 학교에서 지도를 한다면 학생은 당연히 따라야 하므로 대회를 마치면 지각으로라도 출석부에 체크를 하려고 아이를 싣고 달리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 선수들과 ‘짬짜미’를 통해 편의를 주기도 한다. 결석일이 수업일의 3분의 1이 넘으면 유급 처분을 해야 하는데 유급 처리 해야 할 학생들이 선수로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선수를 자녀로 두고 있는 또 다른 학부모는 “보통 학생 골프선수 생활을 학생 골프선수들의 ‘1부리그 지역’으로 통하는 경기도로 거주 지역을 옮기거나 진학을 하는데, 다른 지방에서 수업결손 등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우수 선수를 데려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학사 관리와 관련해 학생 선수와 교사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갈등이 너무 심하면 학생이 경기도에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지방으로 옮기는 경우가 있다”며 “대회에서 성적을 잘 내는 학생 중 상당수가 아예 학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학교가 학생의 결석을 눈감아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또 “교육부 등에 특정 학교의 학사관리 소홀에 대해 민원 넣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교육부에 민원을 넣으면 해당 지역교육청의 체육부서로 내용을 보내지만 교육청과 학교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선 주중에 주로 열리는 학생 골프대회 일정에 대해 지적했다. 대회 주최측은 주중 개최 이유로 비용문제를 들었다. 사진=임준선 기자
골프계 한 인사는 “주말리그가 정착된 일부 종목과 달리 대부분 골프 대회는 주중에 몰려 있다”며 학생 골프 대회 일정을 지적한다. 대회 일정이 아예 주말에 잡히거나 적어도 주말에 걸쳐 있으면 수업 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 지역골프협회에서 2019년 한 해 주관한 학생 대상 대회는 소년체전을 제외하면 모두 주중에 열렸다. 협회 관계자는 “골프장들이 주말에는 손님을 받으려 하기 때문에 주말에 대회장을 섭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학생 대회를 주말에 하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골프라는 종목 특성상 엄격한 수업 일수 준수와 선수생활 병행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데 학교 운동장이나 학교 인근에서 훈련할 수 있는 축구나 야구 같은 종목과 달리 골프는 실제 필드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타이거 우즈는 스탠포드 대학을 중퇴했으며 미셸 위는 ‘학업과 투어생활을 병행하기 힘들다’며 한동안 대회 참가를 자제하기도 했다. 골프선수들의 학업 병행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든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