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공중화장실에서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두 달째 의식불명 상태이던 여고생이 숨지면서 관리 지자체의 안전점검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해당 사건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부산 남부경찰서는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던 A(19) 양이 지난 27일 오전 11시 57분쯤 숨을 거뒀다고 30일 밝혔다. 병원 측은 A 양이 황화수소 중독에 의한 무산소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정화조에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공중화장실 세면대 바닥 구멍을 통해 화장실로 유입돼 A 양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원인 규명이 끝나는 대로 수영구청 공무원과 공중화장실 운영 관계자 등의 과실 책임을 따져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양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앞서 A 양은 지난 7월 29일 새벽 부산 수영구 민락동 한 회센터 공중화장실에서 고농도 황화수소에 중독돼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A 양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단시간 허용 농도 기준치인 15ppm의 60배가 넘는 1000ppm의 황화수소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공중화장실은 부산 수영구가 관리한다. 지난 1988년부터 공중화장실로 편입된 이후 청소나 비품관리 등만 했을 뿐 유독가스 유입 같은 세부 안전점검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관리소홀 문제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족들은 해당 지자체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영구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은 사고에 대비해 ‘영조물 배상 공제’에 가입됐지만, 여고생이 사고를 당한 화장실은 가입되지 않았다. 1998년부터 수영구가 민락회타운 측과 무상사용 계약을 맺고 공중화장실로 이용해 왔으나, 소유권은 여전히 민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수영구 측 설명이다. 영조물 배상 공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시설물에 의해 대인·대물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다.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국가나 수영구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부산시는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지역 내 공중화장실 611곳 가운데 정화조가 있는 화장실 244곳을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