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타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를 납품하는데 있어서 그 일부인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는 하도급업체로부터 공급받기로 합의하고 공동 영업관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사용해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자체개발·생산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는 2011년 3월 하도급업체와 한화그룹 계열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공급 시 그 일부인 스크린프린터를 제조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같은해 7월에는 중국 한화 솔라원(2015년 2월 한화큐셀과 통합합병) 납품 시 해당 업체가 스크린프린터를 ‘제작·설치·시운전’하도록 위탁하는 내용의 하도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하도급 업체는 2011년 8월 한화 아산공장에 스크린프린터를 설치하고 구동시험을 완료했지만 한화솔라원 중국 공장으로의 이동 및 검증은 진행되지 않아 계약이행이 지체됐다. 하도급업체는 한화의 요구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제출했고, 2015년 11월 하도급 계약 해지까지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이후 한화는 2014년 10월 초부터 하도급업체에게 자체 개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신규인력을 투입하여 자체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한화는 자체개발을 위한 레이아웃(배치도) 및 프린터 헤드 레이아웃 도면을 작성해 고객사인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자신들의 자체개발 스크린프린터를 소개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한화는 또 2012년 5월 하도급업체에게 매뉴얼 작성을 명목으로 태양광스크린프린터의 부품목록 등이 표기된 도면(81장)의 제공을 요구해 제출 받았다. 공정위는 도면 요구에 대해 공동영업을 위한 목적을 넘어선 요구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대기업-중소기업간 수직구조에 따른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