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씨는 BJ찬이란 이름으로 아프리카TV에서 유명한 BJ였다. 그는 한때 아프리카 BJ계에서 최정상급으로 통했다. 그런데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TV를 떠나 유튜브로 둥지를 옮겼다. 한 아프리카 BJ는 “아프리카에서는 합방 문화가 발달하면서 여럿이서 서로 방송에 출연해주며 시너지를 내는 게 재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BJ찬은 합방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떨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화제가 됐던 한 회사 경리가 회사 돈을 횡령해 별풍선을 선물한 BJ가 바로 BJ찬이다.
결국 백 씨는 2018년 8월 구속 수감됐다. 당시 백 씨와 사귀었던 여자친구 BJ아욤(박 아무개 씨)은 “마약을 많이 하던 시절 사귀던 여자친구들이나 당시 같이 마약을 흡입했던 친구들을 수사기관에 말해서 형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백 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구치소에서 나왔다.
다시 방송에 복귀한 백 씨는 2019년 7월 잠적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백 씨는 갑작스런 은퇴를 발표했다. 여기엔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백 씨는 2016년 2월 사귀었다가 7월에 헤어진 박 씨와 2018년 2월 재회하게 된다. 박 씨는 일요신문에 “사귀는 기간 유흥, 도박, 여자 관련 문제로 백 씨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헤어졌지만 2018년 2월 백 씨의 적극적인 구애 끝에 3월 둘은 다시 만났다. 그때 백 씨는 “너처럼 착한 여자는 없었다. 지난 여자들은 다 때렸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나, 널 손댄 적은 없지 않았냐. 너는 그럴만한 여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박 씨는 이 같은 말에 이상하게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고 한다.
백 씨의 본성은 교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초부터 드러났다. 박 씨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꺼져라’거나 비하하는 말을 시작했다. 사건은 2018년 6월 박 씨가 백 씨 집에 놀러 간 날 터졌다. 백 씨가 집에 있던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박 씨에게 갑자기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고, 박 씨는 대답을 못했다. 그러자 백 씨는 갑자기 머리채를 잡고 냉장고 앞으로 데려가 머리를 냉장고에 수차례 찧게 했다. 이어 박 씨 복부와 팔을 주먹으로 때렸고 뺨을 계속 때렸다.
백 씨는 애견미용 용도로 가지고 있던 바리캉을 머리에 대며 위협을 하기도 했다. 백 씨는 장소를 옮겨가며 폭행을 계속 이어갔고 백 씨 동생도 어쩔 줄 모르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백 씨는 박 씨가 도망칠까봐 동생에게 문을 닫고 있으라고 했다. 백 씨는 “그 전 여자친구가 폭행 중 도망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폭행이 끝나자 백 씨는 찢어진 옷을 갈아 입으라고 권했다. 박 씨는 “밖에 백 씨와 백 씨 동생뿐이어서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마음에 겨우 옷방에서 나왔다”며 “나오자 마자 백 씨가 ‘갑자기 화가 미칠 듯이 났다. 한 번만 용서해줄 수 있냐’고 말했다”고 했다. 박 씨는 백 씨가 잠든 사이 도망쳐 나왔다. 그 후 백 씨가 박 씨에게 끈질긴 연락을 했고 둘은 교제를 이어갔다. 박 씨는 “다시 생각해도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2018년 6월 데이트 폭행을 당한 이후 박 씨가 자신을 찍은 사진.
백 씨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2018년 8월 마약 혐의로 수감됐다. 박 씨는 “어쨌건 안쓰러운 마음에 매일 빠지지 않고 찾아갔고 안에서 매일 주고받는 편지에 적힌 사과나 다짐을 보면서 ‘그래도 이 안에서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기도 했고 백 씨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씨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엔 도박이 문제였다는 전언이다. 백 씨 측근들 이야기를 종합해 봤을 때 그는 인터넷 사설 도박사이트에서 진행하는 바카라 같은 게임을 즐겨했다. 측근 A 씨는 “그가 번 돈은 수십억 원이겠지만 모아 놓은 돈은 1억 원도 안 될 것이다. 모두 도박 때문이다. 그는 절대 도박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박 씨에 따르면 2018년 11월 9일 백 씨는 박 씨의 돈을 도박으로 모두 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 씨는 잠시 누워있겠다고 했다. 그러자 백 씨는 “너 때문에 잃었다. 100만 원만 하겠다고 했는데 기분이 상한 걸 누워있겠다고 티내냐”면서 폭행이 시작됐다. 그날 폭행도 매우 잔인했다고 한다.
결국 2019년 6월 파국이 찾아왔다. 백 씨는 박 씨의 몸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 방에 있는 액자로 때리고, 식칼을 들기도 했다. 창문을 열고 손으로 밖을 가리키며 ‘뛰어내리면 용서해주겠다’고도 했다. 무자비한 폭력 후 백 씨는 ‘나는 나갈 테니 늦지 않았으니까 내가 돌아 왔을 때 죽어 있으면 된다’며 죽음을 강요했다. 박 씨는 백 씨를 벗어나려면 죽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
2019년 6월 박 씨가 전치 8주 진단을 받은 상해진단서. 그녀는 정신의학과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불운, 우울감 등으로 3개월 이상의 본과적 치료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2019년 6월 14일 박 씨는 아버지에게 백 씨의 폭행 등을 모두 털어놨다. 박 씨 가족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결정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백 씨는 2019년 7월 24일경 방송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백 씨는 마약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 구속될 처지였다.
백 씨는 지인들을 집에 모아 놓고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 두렵다. 방송도 다 접고 나 혼자 숨어서 마음대로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모습을 감췄다. 백 씨는 유튜브 채널을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도 팔았다. 측근 A 씨는 “25만 명 구독자 유튜브 채널은 급매로 파느라 큰 돈을 받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가 고소하자 백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고 달아다는 걸 선택했다.
일요신문은 백 씨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백 씨 동생은 “나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영장 실질 심사 전 집에서 본 게 마지막이다. 당시에도 ‘책임져라’, ‘도망은 비겁한 결정이다’라고 비난했다”고 했다.
박 씨는 아직도 백 씨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백 씨가 도박 자금을 위해 제3금융권에서 박 씨 이름으로 빌려 놓은 돈을 포함, 갚지 않은 돈이 1500만 원가량 있다. 박 씨는 아욤이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TV BJ 생활을 시작했다. 박 씨는 “더 이상 백 씨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고 싶지 않다”면서 “혹시 모르는 다른 피해자들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