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의붓아들을 폭행해 살해한 20대 계부 이 아무개 씨. 사진=연합뉴스
이 씨는 이미 아동학대 전력이 있었다. A 군 형제가 처음 아동보호전문기관인 보육원에 입소한 시기는 2017년. 당시 A 군은 세 살, 동생 B 군은 두 살이었다. 아동학대로 인해 임시조치가 필요한 상황. 이날 형제를 맞이한 보육원 관계자는 “A 군과 B 군의 몸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또래에 비해 몸집이 작았던 A 군은 폭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했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계부 이 씨였다. 이 씨는 2017년 1월 13일 인천시 남동구 자택에서 당시 세 살이던 A 군의 얼굴과 목을 멍이 들 정도로 폭행했고 그로부터 두 달 뒤인 3월 2일에는 바닥에 웅크린 채 자고 있는 A 군의 다리를 잡아 올린 뒤 그대로 바닥에 세게 내리치기도 했다.
둘째 아들인 B 군 역시 계부로부터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했다. 당시 B 군은 불과 두 살의 어린 아이였다. 그러나 이 씨는 A 군과 B 군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결국 아동보호기관의 신고로 2017년 3월에서야 경찰이 출동했고 이때부터 형제의 보육원 생활이 시작됐다.
이 씨는 2017년 10월 A 군 형제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고 최종 선고는 2018년 4월에서야 났다. 재판부는 “이 씨가 어린아이를 학대했고 범행을 부인하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아동학대 예방 강의 수강 명령 80시간을 선고했다. 동종전과가 없고 피해 아동의 모친이 선처를 호소했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2018년 1월 임시보호명령 조치를, 같은 해 7월에는 피해아동보호명령 결정을 내렸다. A 군 형제를 이 씨의 폭행으로부터 분리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상 피해아동보호명령 기간은 1년이다. 법적 대리인의 허가가 있으면 최대 4년까지 보육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씨 부부는 별도의 연장 신청 없이 기간 만료를 앞둔 지난 4월부터 계속해서 보육원을 찾아왔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보호기간이 끝났으니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보육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씨는 4월부터 3개월 동안 매주 1회 상담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참석했다. 형제를 데려갈 의지를 강력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형제 역시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는 의사를 보였고 결국 이들은 지난 8월 30일 이 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형제가 귀가한 후 한 달이 채 안 돼 폭행이 다시 시작됐다. 9월 26일 오후 10시쯤 이 씨는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25일부터 하루가 꼬박 넘게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목검으로 맞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복부 손상이었다. 쓰러진 A 군의 눈가와 팔다리에는 커다란 멍이 들어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하고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 씨의 아내는 “폭행 당시 집에 함께 있었으나 나 역시 남편으로부터 맞았고 ‘경찰에 신고하면 함께 죽여버리겠다’고 해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재발률 10%, 가해자 95%는 부모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아동학대 재발생 건수는 2160건으로 그 비율은 9.7%다. 피해 아동 10명 가운데 1명은 다시 폭행을 당하는 셈이다. 폭행 피해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가해자 가운데 95% 이상이 부모라는 점이다.
전문가는 재발의 원인으로 법과 현실의 괴리를 꼽았다. 법이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아동보호가 종료된 이후에도 가정방문이나 상담전화 등을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지만 만약 친권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피해 아동의 안위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 이에 따른 처벌 규정도 없다. 따라서 계부 또는 계모에 의해 폭행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양육권과 친권을 동시에 가진 다른 부모가 함께 살고 있을 경우 피해 아동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시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아동학대 가정의 부모가 아이를 다시 데려가기까지의 규정은 매우 까다롭게 되어있다. 재발 방지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보육원 입소는 법원에서 결정하지만 퇴소는 지자체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보호기간이 종료되고 교육시간만 이수한 뒤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들이 진정 변화했는지는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A 군이 머물렀던 보육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씨 역시 재발 방지 교육 이수 과정에서는 상당히 침착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상담을 진행하는 도중 이 씨의 친아들이 울고 보채자 이 씨가 참을성 있게 아들을 달랬다는 것이다. 평소 이 씨는 친아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SNS에는 “우리 예쁜 아들 사랑해”라는 글과 함께 초음파 사진이 남아있었다. 계부 이 씨의 인내 역시 자신의 친아들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