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업계 성장이 둔화되자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베트남 진출을 위해 지난 9월 24일 베트남 현지 유통업체 CUVN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은 BGF리테일이 CU 브랜드와 시스템, 노하우를 제공하면 현지 파트너사가 투자·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베트남 1호점을 개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CU는 지난해 8월 몽골에 진출해 1년 만에 50개 매장으로 늘리기도 했다.
앞서 베트남 시장에 뛰어든 GS25도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는 베트남 현지 기업 손킴그룹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한 뒤 지난해 1월 호치민 1호점을 개장, 현재 45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연내 호치민 외곽 위주로 70개, 2028년까지는 베트남 전체에 2000개로 점포를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편의점업계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내 성장세 둔화로 신흥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의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감률은 8.5%를 기록했다. 2016년 18.2%, 2017년은 10.9%로 해마다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점포 확장세도 확 줄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3만 8451개로, 전년 대비 4.4% 느는 데 그쳤다. 2015년 11.4%에서 2016년 12.5%, 2017년 12.9%로 매년 점포 증가율이 늘어나다가 급격히 꺾였다.
국내 편의점업계가 30여 년간 탄탄한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해외 진출의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세계적인 편의점 브랜드인 훼미리마트나 미니스톱 등과 맞붙을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CU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할 만큼 업계 노하우와 경쟁력이 쌓였다는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GS25 관계자도 “편의점 업계가 성장하는 단계에서 대외적으로도 사업을 다각화해 미래 대비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S25는 베트남 현지 기업 손킴그룹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한 뒤 지난해 1월 호치민 1호점을 개장, 현재 45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사진은 베트남 현지 매장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업계 안팎에서는 편의점업계 해외 진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은 빠른 경제 성장으로 개인 소비력이 높아지고 젊은 층 비율이 높아 편의점과 같은 현대식 유통채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유통채널은 크게 발달해 있지 않은 상황이기에 현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신흥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강병오 중앙대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경우처럼 성장 과정에 들어선 개도국들은 경제발전에 따라 편의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한번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도 긍정적인 요소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케이팝과 한국드라마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현지인들은 한국문화에 익숙하고 한국 브랜드에 호감을 느낀다. 특히 베트남에는 한국 기업들이 여러 분야로 진출해 있고, 몽골에는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했던 학생·노동자들이 많아 한국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실제 진출 업체들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편의점업계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소비력 향상과 한류 열풍 등을 이유로 대체로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GS25의 베트남 현지 매장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그러나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하긴 힘들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는 해외 다른 유명 편의점 업계에도 매력적인 투자처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싱가포르 숍앤고와 미국의 서클K, 일본의 훼미리마트·미니스톱·세븐일레븐 등이 CU와 GS25보다 먼저 진출해 둥지를 틀었다. 여기에 더해 베트남 로컬 편의점·미니마트 브랜드인 빈마트플러스, 박화싼, 싸자푸드, 꿉푸드 등도 다수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외변수도 존재한다. CU는 2017년 이란 테헤란에 매장을 열며 국내 편의점업계 최초로 해외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강화하자 현지 파트너사가 본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지면서 철수를 결정했다. 따라서 변수에 따른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도 경쟁업체와 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차별화와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에 자리 잡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을 잘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지 분위기와 수요를 잘 예측하고 상권을 면밀히 파악해 함께 전략을 세워줄 수 있는 협력사를 선정하면 현지화가 더 수월해지고, 대외변수 등 리스크도 함께 감당하면서 빠르게 대응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해외 진출은 그 나라 기업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100년까지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며 “장기 비전과 전략을 함께 짜고 추진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현지 파트너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소통·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꼼꼼한 상권분석과 입지 선정도 차별화와 현지화를 위한 기본 과제다. 도시 경제력과 오피스·상가 집중도, 도시 인구 연령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입지를 선정하고, 상품 구색과 인테리어·서비스 차원에서 특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기보다 편의성 때문에 가는 곳이니만큼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한 경제력이 존재하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며 “어떤 혜택으로 차별화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미 다른 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시장이라면 ‘K-푸드’ 위주로 상품 구색을 갖추고 택배와 같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특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