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오후 2시 30분께 화성시 한 병원에서 만난 A 씨는 아들이 하루 전 범행 일체를 자백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A 씨는 “할 말이 없다”며 병원 침대에 앉아서 손사래를 쳤다. 아들이 자백했다는 소식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A 씨는 옷가지를 개던 동작을 멈추더니 “몰랐다. 지금 알았다”고 답했다.
왼쪽 원이 8차 사건 희생자가 살던 곳이자 이춘재가 살았던 마을이다. 현재는 원룸촌이 들어섰다. 오른쪽 원의 아파트는 6차 사건이 벌어진 야산이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범행 대상이 동네 주민이었던 사실에 미안하지 않느냐고 묻자 A 씨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신경을 써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 더는 찾아오지 말라”며 가림막 커튼을 쳤다. A 씨는 침대에 모로 누우며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동네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아파트 노인회장을 할 정도로 외부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하지만 한 달여 전에 몸을 다쳐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요양 병원으로 옮겨 회복하고 있다. A 씨는 현재 6차 사건이 있었던 진안리(현재 진안동) 야산에 지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10월 1일 9차 대면조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1차부터 10차 가운데 모방 범죄로 밝혀진 8차를 제외한 9건의 범행을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다. 또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전후에 인근에서 일어난 3건의 살인사건과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벌어진 2건의 살인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추가로 털어놨다. 이 외에 강간 및 강간미수 30여 건의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