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열린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석 인원을 두고 정치권이 뜨거운 논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지난 9월 28일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놓고 정치적 공방이 뜨겁다. 집회 규모를 놓고 엇갈린 발표가 나오면서다. 각자의 셈법에 따라 참석자 인원은 큰 차이를 보였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는 측은 최대 20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며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가장 많은 촛불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국 장관 사퇴를 주장하는 보수 진영에선 그 수가 부풀려졌다며 적극적인 반박에 나선 모습이다.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범국민시민연대)는 참석 인원을 “200만 명 정도”라고 추산해 발표했다. 집회 다음 날인 9월 29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200만 국민이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 개혁을 외쳤다”면서 이를 그대로 인용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확인된 수치도 아닌데 여당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범국민시민연대 관계자는 10월 2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추산 인원 산정 근거 관련) 자료를 받아서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 측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조국 정국의 반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는 검찰개혁”이라고 입을 모았다. 9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주말 서초동에 10만 개의 촛불이 켜진다”고 했던 이인영 원내대표는 “제 말이 부족했다. 아마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국민들의 마음속에 켜진 촛불까지 합치면 2000만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검찰개혁이란 국민의 뜻은 훨씬 더 단호하고 분명했다”고 말했다.
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주최 측과 더불어민주당의 촛불집회 참석자 인원 추산은 숫자 부풀리기”라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경찰이 집회 인원을 추산할 때 주로 활용하는 페르미 추정법에 따르면 이번 촛불집회 참가자는 많아야 5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페르미 추정법은 ‘3.3㎡당 성인 기준 앉았을 때 5~6명, 서 있을 땐 9~10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집회 참석 인원을 추정하는 공식이다.
10월 1일 자유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집회 참가인원의 올바른 추계를 위한 전문가 긴급간담회’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초동 거리 크기에 미뤄봤을 때 200만 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서울시 지하철공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촛불집회 열린 지역 일대) 승·하차 인원은 10만 명이다. 서리풀 축제 참가 인원을 고려하면 3만 5000명에서 5만 명이 매우 합리적이고 바른 추정”이라고 했다.
9월 30일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28일 정오부터 29일 오전 1시까지 교대역 서초역 고속터미널역에서 하차한 이용객은 43만 5336명으로 확인됐다. 일주일 전 같은 시간대 동일한 지하철역 3곳에서 하차한 승객이 25만 5152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8만 명 정도 늘어난 수치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한 집회 참석자 수를 고려해도, 주최 측이 발표한 200만 명이란 수치엔 한참 모자랄 것”이란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 운집한 촛불 인파. 사진=고성준 기자
여러 추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촛불집회 추산 인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인원 추산은 했으나,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9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촛불) 집회 인원을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청장은 “집회 인원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집회를 대비해 병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려는 것이다. 외부 공개 목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7년 1월 경찰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촛불집회’ 추산 인원 집계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자체 추산 인원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정치권에선 집회 규모에 연연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10월 2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촛불집회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이 기저에 깔려 있고, 2016년 광화문 촛불혁명의 승리가 곁들여졌다”며 촛불집회가 던지는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메시지 중요성을 파악하는 것엔 공감한다. 하지만 촛불집회 규모에 따라 메시지 의미는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부풀려진 숫자에 대한 의혹 제기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