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한국 홀대론’은 이번 ‘아이폰11’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서도 제기됐다. 사진은 아이폰11. 사진=애플코리아 공식홈페이지 캡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18%였다. 삼성전자가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점유율을 늘려 65%를 기록한 반면 애플은 2%포인트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시대에 뒤떨어진 기능
아이폰 이용자들이 호소하는 불편함 가운데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애플페이’ 부재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은 간편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와 LG페이, 구글페이 등을 제공한다. 특히 2015년 도입된 삼성페이는 이듬해인 2016년 가입자 1000만 명이 넘어설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용자들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수수료다. 삼성페이와 LG페이, 구글페이는 카드사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없다. 하지만 애플페이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탓에 협의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 보급 문제도 있다. 국내에 사용 중인 카드 단말기는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 방식으로 NFC 결제가 어렵다. 삼성페이는 MST 기술과 NFC 기술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는 반면, 아이폰은 NFC 결제만 지원한다. 물론 NFC 단말기를 보급하는 데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애플페이를 위해 각 사업장에 NFC 단말기를 보급해야 하는데, 이것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애플은 2014년 출시한 ‘아이폰6’ 모델부터 애플페이와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한 NFC 칩을 탑재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부터 이미 애플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까지 일본은 교통카드 결제에 NFC를 사용하지 않아 아이폰을 이용한 교통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아이폰7’ 기종 출시 직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을 방문해 “일본에서도 애플페이를 도입해 집을 나올 때 아이폰만 가지고 나와도 충분하게끔 하고 싶다“고 밝힌 후 아이폰7 기종부터 일본에서 NFC 대신에 현지에 특화된 펠리카(FeliCa) 칩이 탑재된 모델을 만들었다. 덕분에 일본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를 교통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교통카드인 ‘스이카(Suica)’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월렛’ 애플리케이션에 카드를 등록하면 애플페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애플페이는 물론, 주요 도시에서 아이폰으로 교통카드 기능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일본·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국내 첫 애플스토어. 사진= 최준필 기자.
#한국에서만 건방진 가격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11 시리즈 출시와 관련해 이번에도 우리나라를 1차 출시국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신작을 출시할 때마다 국가별로 1차, 2차, 3차 나눠 유통했는데, 앞서 지난해 ‘아이폰Ⅹ’ 시리즈가 출시될 때도 우리나라는 1, 2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아이폰 가격이 비싸게 책정됐다. 애플은 아이폰11을 출시하며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가에선 판매가를 대폭 낮췄다. 미국에서는 699달러에 판매됐다. 미국의 주마다 세금이 다르게 부과되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769달러(세금 10% 기준)였고, 이는 한화로 92만 3953원(1일 환율 1201원 적용)이었다. 일본은 8만 784엔(89만 5450원), 중국은 5499위안(92만 3722원)의 가격으로 책정됐다. 애플코리아에서 알린 아이폰11(64기가바이트 기준)의 우리나라 내 가격은 99만 원이다. 적게는 2.44%(호주)부터 많게는 15.39%(중국)까지 큰 인하폭을 보였지만 우리나라에서 인하율은 0%다. 인하율 0%가 적용된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나라 아이폰 이용자들만 제값을 주고 기기를 구입하라는 얘기다.
#“직영 센터는 단 한 곳”… 불편한 서비스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아이폰의 사후관리서비스(AS)에도 소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애플코리아 공식 수리점은 88개로 파악됐다. 이는 삼성전자(178개)와 LG전자(167개)의 절반 수준이다. 심지어 88개의 애플 공식 수리점 가운데 직영 서비스센터는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외주업체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 또한 “아이폰 사용자들은 서비스센터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애플 본사의 외주업체 관리 소홀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스마트폰 제조사별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스마트폰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181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에 대한 민원접수가 삼성전자는 540건(29.8%), 애플이 431건(23.8%), LG전자 339건(18.7%)이다. 그러나, 제조사별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8%, LG전자가 17%, 애플는 14%였다. 점유율 대비 민원은 애플코리아가 가장 높은 셈이다.
더욱이 애플은 이 같은 지적에 일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코리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국회 과방위의 한 관계자는 “심지어 애플은 반박 자료를 단 한 번도 낸 적이 없기로 유명하다. 어떤 비난을 해도 무대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애플코리아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