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정시설(영등포교도소) 뉴스테이 개발사업 부지. 사진=임준선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4일에 이어 14일에도 국토교통위 회의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한 국감을 진행한다. 이번 국감에서는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정시설(영등포교도소)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을 둘러싼 분쟁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은 문재인 정부 제1호로, 약 10만 5000㎡에 주택 2214가구와 판매시설 등 주상복합을 건설한다. 사업비는 1조 3000억 원 규모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LH와 HUG가 출자해 설립한 토지지원리츠가 부지를 매입한 뒤 민간건설사와 HUG가 출자해 설립한 뉴스테이 임대리츠에 부지를 임대하는 형식이다. 민간건설사는 현대산업개발로 정식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현대산업개발이 이 개발사업 공모과정에서 중견쇼핑몰 운영업체 엔터식스에 ‘갑질’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16년 현대산업개발이 엔터식스를 상가시설 임대사업자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했다가, 2년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엔터식스를 일방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 참가조건에 따르면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상가임차인을 확보, ‘입점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어 공모지침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조항에는 “사업계획 협의 등 기간 동안 ‘신청자격 및 방법’ ‘사업계획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엔터식스를 배제해 공모조건이 유지되지 않자 현대산업개발은 HUG가 진행한 2차 기금투자심의에서 ‘임차인 변경에 따른 손실 보전 등 모든 책임을 자신들이 부담한다’는 확약서를 포함한 수정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특히 민간사업자에 기금 지원을 위한 심사를 담당해야 하는 HUG는 이 수정 사업제안서에 대해 제재하지 않고 사업자 자격을 유지시켜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엔터식스는 입점확약서만 작성했을 뿐, 구체적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제출한 사업계획서 역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이후 수정 및 변경이 가능하다. 확정적이거나 구속적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엔터식스가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컨소시엄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임차인지위보전 및 사업약정체결금지 가처분소송을 내는 등 사업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났지만, HUG는 현대산업개발과 엔터식스 사이의 문제지 자신들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며 선을 그어왔다.
HUG 관계자는 지난 5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엔터식스는 사업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한 것이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상가부문 임차인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엔터식스를 배제하고 현대산업개발이 직접 운영할지 다른 임차인을 구할지는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이다. 이 문제에 HUG가 관여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엔터식스를 배제하고 상가임차인을 비워둔 2차 기금출자심의자료가 공모지침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조항에 걸리지 않느냐는 지적에 HUG는 수익성만 고려했다고 밝혔다. HUG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에서 책임을 지고 손실을 보전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며 “확약서로 수익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4월 엔터식스를 배제한 이후 현재까지도 다른 상가임차인을 선정하지 않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사업계획 협의 과정에서는 상가임차인을 공석으로 둘 수 있지만, 현대산업개발이 정식계약을 하고 기금을 받아 공사가 시작된 상황에도 새로운 상가임대사업자를 구하지 않은 것을 HUG가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번 HUG 국감에서도 이 부분이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LH 측에서도 이번 뉴스테이 개발사업을 둘러싼 분쟁에 대해 HUG에 책임이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LH 측은 국감을 앞두고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실에 사전에 질의답변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HUG에서 업무진행 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과 관련해 질의 또는 협의 요청한 자료는 없다. LH에서도 사업신청서 등 일체를 HUG에 송부했다” “공모지침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여부에 대한 결정권한은 HUG에 있다”는 등의 내용을 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HUG 관계자는 “사업을 공모해서 사업자를 선정하는 주체는 LH다. 이후 사업장에 대한 관리도 LH가 하고 있다”며 “LH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HUG에 통보하면, 우리는 기금이 투입되다보니 중간에 기금 출자 요건을 갖췄는지 심사를 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책임의 주체는 LH라며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사업계획 확정은 아니다. 협의를 이어가면서 내용 바뀌기도 한다”며 “HUG 나름대로 내부규정이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엔터식스를 배제하고 확약서를 내면서 사업계획서가 변경됐다 해도, 우선협상지위를 취소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규정대로 절차에 맞춰 심사했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의 HUG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신청된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실에서 공모지침과 HUG 규정의 상충 시 해결방법에 대해 묻자 HUG 측은 “공모방식 사업자 선정 시 LH와 HUG가 공모지침 내용에 대해 사전 협의하게 돼있다. 따라서 공모지침과 HUG 규정이 불일치되는 경우는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토교통위의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HUG 국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몽규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은 14일 HUG 국감과 21일 국토교통위 종합감사에 들어가 있다. 현재는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국토교통위 간사들이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이 국감 증언대에 설 위기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대기업이 기업 총수의 국감 증인 출석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HUG 국감에서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잘못의 유무를 떠나 정몽규 회장 역시 증인으로 출석 시 질타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 내부적으로 증인 신청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