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용성전 결승 1국. 신진서와 박정환, 랭킹 1위와 2위가 만났다.
신진서는 ‘저승사자’라 불린다. 대부분 프로기사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4월 맥심커피배 우승, 5월 GS칼텍스배 우승, 6월 TV바둑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올해 공식대국 전적은 72전 56승 16패로 승률이 77.78%. 세계 최정상 강자들과 겨루는 중국갑조리그에서도 11승 3패를 기록하며 승률랭킹 1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중국 최고수들도 ‘신’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박정환에겐 상대전적 4승 14패로 거꾸로 승률 23% 정도에 그친다. 물론 박정환은 올해 2월에 하세배, 3월은 월드바둑챔피언십, 6월에 춘란배까지 전반기 세계무대를 휩쓴 강자다.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만 만나면 ‘판맛’을 못보고 있다.
기다리던 세 번째 결승 대결이 드디어 시작했다. 제2기 용성전 결승 3번기다. 10월 2일 오후 2시,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렸다. 결승 1국에서도 박정환이 237수 만에 흑불계승했다. 이 승리로 박정환은 신진서를 상대로 공식대국 8연승을 기록했다. 시간 순으로 보면 크라운해태배 결승3국, KB바둑리그 1라운드, 천부배 본선, KBS바둑왕전 4강, 월드바둑챔피언십 4강, 바둑TV배 결승1·2국에 이은 승리다.
제2기 용성전 결승 1국 승자는 박정환 9단이다. 신진서 9단을 상대로 8연승을 기록했다.
2년째 열리는 용성전. 전기 우승자는 김지석 9단이다. 김지석은 작년 ‘동갑내기 라이벌’ 강동윤 9단에게 2-1로 승리하며 초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기 대회는 지난 3월 예선전과 본선 32강(더블일리미네이션)을 시작했다. 박정환은 16강 강유택, 8강 나현, 준결승에서 전기 우승자 김지석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신진서는 이지현, 신민준, 박영훈을 차례로 물리쳤다. 이번 용성전도 박정환이 우승한다면 ‘랭킹 1위 신진서’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과연 반전은 있을까? 2국은 10월 21일 저녁에 열린다. 만약 1-1이 되면 최종국은 23일 벌어질 예정이다.
제2기 용성전은 일본 바둑장기채널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며 바둑TV가 주관 방송한다. 우승상금 3000만 원, 준우승상금 1200만 원이다.
박주성 객원기자
[승부처돋보기] ‘저승사자의 저승사자’ 박정환 8연승 제2기 용성전 결승 1국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237수 흑불계승 장면도1 #장면도1 전 세계 바둑팬 이목을 사로잡았던 대국이다. 한국과 중국 국가대표팀도 모두 훈련 일정을 뒤로하고 이 대국을 실시간으로 검토했다. 대국은 오후 2시 정각에 시작했다. 용성전은 시간 누적(피셔) 방식으로 진행한다. 각자 기본시간 20분을 주고 매 수마다 20초가 추가로 주는 방식이다. 장면도 백1(실전 70수)을 보고 드디어 박정환도 손을 멈췄다. 이 바둑에서 박정환은 69수까지 모든 수를 20초 안에 둬서 기본 시간 20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신진서는 5분 정도 썼다. 두 기사 모두 초반 포석은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이야기다. 첫 승부처였던 좌변 접전에서 30여 수 진행하는 동안 서로 시간을 많이 써서 두 기사 모두 기본시간이 10분 이하로 떨어졌다. AI(인공지능)는 장면도1 흑34까지 흑이 6 대 4 정도로 우세하다고 판정하며 박정환 손을 들어줬다. 장면도2 #장면도2 장면도2에서 백1로 끊는 장면까지 신진서는 기본시간 20분을 다 쓰고 초읽기에 몰렸다. 국후 신진서는 “시간 연장책을 쓰고 싶었는데 악수 교환밖에 보이지 않았다”면서 백3을 아쉬워했다. 이후 수순들은 거의 필연이다. 백17로 막아 답답해 보였는데 흑18 빈삼각으로 나가는 수가 있었다. 중앙에서 백A로 막아도 흑B로 먼저 끊는 수가 있어 봉쇄가 안 된다. 이젠 거꾸로 백대마(세모표시)가 살길이 막막하다. 신진서는 망연자실 백19로 최후의 몸부림을 친다. 참고도 #참고도 실전에서 흑1로 두 점을 잡자 AI 승률 그래프는 흑으로 쭉 몰린다. 승률이 80%를 넘어선다. 백대마가 죽었고 사실상 바둑이 끝났다. 참고도처럼 백2는 선수지만, 밑에서 한 집을 더 만들지 못한다. 백4로 호구 쳐도 흑5, 7 맥점이 기다리고 있다. 가령 백A면 흑B로 먹여치는 식으로 백이 어떻게 두어도 흑은 하변 백을 옥집으로 만들 수 있다. 이후 신진서도 맹추격해 차이를 좁혔지만, 결국 237수 만에 돌을 거뒀다. 흑 불계승이다. 잠시 마이크를 잡고, 방송용 인터뷰를 한 후 둘은 40여 분을 복기했다. 신진서는 승부처에서 아쉬웠던 수순을 다시 놓아보고, 최선의 행마를 물었다. 돌을 거두기 전에 차이는 얼마였을까? 박정환은 “9집 아니었나요?”라고 말한다. 신진서는 말없이 동의했다. 박주성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