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
중소기업과 저축은행 사이의 단순한 대출로 보였던 이 거래에 의혹이 집중된 까닭은 대환대출이기 때문이었다. 대환대출이란 다른 은행에서 이미 빌렸던 돈을 또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금융 거래를 일컫는다. 이 20억 원은 올해 중순쯤 상상인저축은행에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 옮겨진 대출이었다. 두 저축은행은 나란히 상상인그룹 소속이다.
상상인그룹과 WFM의 관계는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2018년 11월과 12월 WFM은 포스링크와 에이도스라는 회사가 소유한 한화갤러리아포레 지하1층 상가를 각각 52억 원과 48억 원에 사들였다. 포스링크 역시 코링크PE가 소유했던 회사다. 이 상가의 소유권이 이전된 시기 엣온파트너스라는 회사가 두 상가에 각각 65억 원씩 총 130억 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여기에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등장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이 근저당권에 대해 근저당권부 근질권을 설정했다. 근저당부 근질권은 쉽게 말해 저당 잡힌 자산의 권리를 또 다시 저당 잡는 걸 말한다. 저당의 저당이라 위험부담이 높지만 거래는 성립됐다.
엣온파트너스는 2018년 7월 WFM이 발행한 전환사채 151억 원 가운데 100억 원 어치를 받은 회사였다. 전환사채 받은 당월 만들어진 회사여서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WFM은 한화갤러리아포레 상가를 사들이며 엣온파트너스를 끼고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자금을 받은 셈이다. 포스링크와 에이도스는 이 거래로 현금을 확보했고 WFM은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됐다. 상상인그룹의 저축은행은 코링크PE가 소유한 WFM과 포스링크에 돈줄이 된 셈이다.
또한 관련 인물들을 통해 WFM과 포스링크, 에이도스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도 하다. 우선 에이도스의 감사 김 아무개 씨는 2018년 12월 WFM의 전환사채 100억 원을 사들인 팬덤파트너스의 감사로 나타났다. 또한 에이도스의 전 감사 조 아무개 씨는 WFM이 20억 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때 들어갔던 인물이다. 그는 포스링크 전환사채에도 10억 원을 투자한 바 있었다.
그런가 하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은 포스링크에서 발행한 담보부전환사채를 갖고 있기도 했다. 이 담보부전환사채는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돼 상상인그룹사가 포스링크의 주주가 되는 시발점이 됐다.
이들의 관계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건 조범동 씨와 한 투자자 사이의 녹취록에서 상상인그룹의 투자사가 거론된 까닭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조범동 씨와 한 투자자의 녹취에서 투자자는 인터불스라는 회사를 언급하며 “차라리 조 대표랑 같이 둘이 이야기해서 현금보유 있으니 증자 들어가자. 그러고 경영권 살 때 너하고 나하고 나눠먹자”고 했다. 이에 조 씨는 “그렇게 하셔도 되죠”라고 했다. 조 씨는 이 대화의 말미에 “어쨌든 권력이 통한다는 가정 하에”라는 말까지 했다. 이 ‘권력’은 현재 조국 장관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인터불스는 스타모빌리티로 7월 상호를 변경한 전자제품 인쇄회로기판 회사다. 상상인그룹에 소속된 상상인플러스는 인터불스의 주요 주주였다.
상황이 이렇자 상상인그룹을 이끄는 ‘슈퍼 개미’ 유준원 회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유 회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최근 코스닥업계에서 자주 발생해 온 부적절한 기업사냥 방식 때문이다. 최근 코스닥업계는 기업 자산을 담보로 금융사 돈을 당겨 코스닥 회사를 인수·합병(M&A)한 뒤 언론 플레이 등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거두고 빠져나가는 기업사냥 방식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WFM과 상상인그룹 주변에서 발생했던 거래는 사채시장이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조달해 기업을 인수한 뒤 부정거래와 허위공시 등으로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리는 ‘작전 세력’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특히 금융계에서는 상상인그룹의 저축은행과 관계된 회사가 보인 일명 ‘풍차 방식 무자본 인수합병’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풍차 방식 무자본 인수합병은 상장사 여러 개 갖고 돈 돌려 자산 늘려가는 행태를 일컫는다. 풍차 방식 무자본 인수합병은 합법적이지만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팔아 치우는 방식으로 악용되면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된다. 이런 인수·합병 자금조달 창구는 보통 저축은행이나 사채시장이다. 더군다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이 매매에 나서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8월 28일 담보로 보유한 WFM 주식 63만 5000주를 장중에 팔았다. 대환대출을 실행한 지 8일 만이었다. 이날 WFM 주가는 매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날보다 27% 급락했다. 이에 대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날 WFM 주가는 조국 장관 일가 사모 펀드 관련 각종 의혹이 일면서 최소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져 반대매매에 나선 것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돈이 흘러간 기업 가운데 상장 폐지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2018년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파티게임즈와 C&S자산관리 등 11곳 가운데 9곳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주식담보로 돈을 빌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3년 동안 이 기업에 나간 주식담보대출만 1095억 원에 육박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슈퍼개미’ 유준원 회장은 누구? 주담대→반대매매 ‘전문’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1974년생인 유준원 회장이 처음 증권가에 모습을 드러낸 건 그의 나이 서른다섯인 2009년이었다.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데모라인 이사와 멀티비츠미디어와 리피씨엔아이 대표를 지냈다. 유 회장은 2009년 코스닥 상장사이자 상상인그룹의 모체가 된 네트워크 솔루션 회사 텍셀네트컴과 현대차 부품 납품사인 씨티엘의 경영권을 약 200억 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경영권 인수에 사용된 200억 원을 어떻게 모았는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2012년엔 씨티엘의 지분 10.1%를 엑큐리스에 170억 원 받고 넘겨 80억 원 가까운 차익을 거뒀다. 이 차익은 유 회장이 금융업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고 알려졌다. 텍셀네트컴은 상상인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차익은 유 회장이 금융업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고 알려졌다. 텍셀네트컴은 상상인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후 세종저축은행과 공평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인수한 유 회장은 저축은행을 이용한 주식담보대출과 반대매매로 차익을 거뒀다. 이런 형태의 거래는 금융당국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주식담보대출은 저축은행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고위험군 상품인 까닭에서다. 올 초에는 골든브릿지증권을 인수해 상호를 상상인증권으로 변경했다. 유 회장은 중소기업을 하나 둘씩 인수합병해 현재 상상인플러스, 상상인선박기계, 상상인인더스트리, SMT바이오 등을 이끌고 있다. 최훈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