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건물. 사진=고성준 기자
자본시장법 제46조는 투자권유를 하기 전에 면담·질문 등을 통해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 일반투자자로부터 서명, 기명날인, 녹취,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확인을 받아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제47조는 충분한 설명의무와 투자자의 확인을 받을 것을 규정한다. 제49조는 거짓 또는 왜곡된 설명이나 중요사항의 누락도 금지한다. 제51조는 자격을 갖춘 자만이 투자권유를 하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는 투자자들이 금융투자상품 확인서상에 자필 기재해야 하는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는 문구가 아예 누락됐거나, 대필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법 제46조와 제47조 위반이다.
거짓이나 왜곡된 정보도 제공됐다. 원금손실 없는 고수익 상품으로 오해될 만한 설명들이 금감원 조사에서 다수 포착됐다. 전화로 1분간만 통화한 후에 상품에 가입시킨 경우도 나왔다. 중요사항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 49조 위반이다.
투자자성향 관련 판매 서류가 사후 보완된 사실과, 무자격 직원이 같은 영업점의 유자격 직원을 대신해 판매한 사례도 파악됐다. 법 51조 위반이다.
두 은행은 투자광고 메시지를 준법감시인의 사전심의 없이 3만여 건 발송하는가 하면, 일부는 제안서에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쇼크에도 안정적’이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손실 가능성이 없거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법 제57조는 “금융회사가 투자광고 시 손실보전 및 이익보장으로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국채 DLF 상품과 관련한 상품선정위원회에서 일부 위원들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임의로 찬성 의견을 기재하고 사후 승낙을 받기도 했다. 선정위원 대부분이 낮은 직급으로 구성돼 상급자가 압력을 가할 경우 저항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사문서위조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대상이다. 거짓이나 위계·위력을 사용했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5년 이하 징역, 15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건물. 사진=우태윤 기자
하나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2건의 기관주의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어 가중처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은행도 최근 고액현금거래 늑장보고로 기관경고를 받았고, 지난해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한 건도 제재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특히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률은 임원 자격 결격요건에 금융관계법령에 따른 제재조치를 포함시키고 있다. 현직인 경우 당장 물러나지는 않지만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주총까지가 임기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도 겸하고 있는데, 임기가 내년 12월 21일까지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까지다. 임기가 꽤 남아있어 기관제재가 CEO 개인에게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DLF 투자 피해자들이 은행 CEO에 대한 소송도 제기한 만큼 이들은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금감원 내에서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배상비율을 최대로 높이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례상 최고치인 70%가 유력시된다.
지난 2013년 ‘동양 사태’ 당시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그룹 계열사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투자자들은 손해액의 15~50%를 배상받았다. 금감원은 기본 배상비율을 20~40%로 하되, 투자자 나이나 투자 경험 등에 따라 비율에 일부 차등을 뒀다.
2008년 문제가 된 우리은행 등의 파워인컴펀드 파생상품의 경우 2014년 대법원에서 투자자별 배상비율을 20~40%로 확정했다. 2심 고등법원은 7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투자자의 손실 책임도 일부 인정한 결과다.
이번 금감원 조사에서 DLF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78.2%는 과거 DLF와 비슷한 구조의 파생상품에 투자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상비율을 결정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투자자가 투자위험 설명을 들었다고 자필로 서명한 경우에는 배상을 받지 못하는 등 사례에 따라 배상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