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반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딸 홍 아무개 씨. 사진=연합뉴스
홍정욱 전 의원 딸 홍 아무개 씨(18)는 지난 9월 27일 오후 5시 40분경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이륙한 항공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절차를 밟던 홍 씨는 변종 마약 일종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밀반입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홍 씨는 액상 대마 카트리지 말고도 종이 형태 마약 LSD와 각성제도 함께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홍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고 초범으로 소년(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했다”면서 기각했다. 10월 3일 인천지검 강력부(김호삼 부장검사)는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된 홍 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대마 등을 흡연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유통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 씨 모발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이 유독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홍 씨 부친이 ‘홍정욱’인 까닭에서다. 홍정욱 전 의원은 보수 진영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 그는 황교안 대표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자 그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홍 전 의원 정치 이력은 제18대 국회의원이 전부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국당 험지인 노원구병 지역 출마해 노회찬 후보를 꺾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참신함과 수려한 외모, 대중적인 인지도로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그가 정치권을 떠난 이후 끊임 없이 러브콜을 받았던 이유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은 홍 전 의원에게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 전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계 복귀설에 선을 그었다.
2019년 5월 10일 헤럴드미디어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홍 전 의원은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회사 지분을 양도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홍 전 의원 복귀설은 다시 타올랐다. 잠룡 부족으로 고민하던 보수 진영에선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실제 홍 전 의원도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깊게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딸의 마약 밀반입 사건으로 홍 전 의원 행보엔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 시절 고위 당직을 지낸 한 관계자는 “홍 전 의원을 잠룡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딸의 비행은 홍 전 의원이 정치인과 기업가로 쌓아온 건실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일요신문DB
정치권에선 홍 전 의원처럼 친인척 마약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던 잠룡들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2015년 9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새누리당) 사위 이 아무개 씨가 마약 스캔들에 연루됐다. 이 씨는 2년 6개월에 걸쳐 15차례 마약을 투약했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논란이 됐다.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봐주기 의혹까지 대두됐다.
‘영원한 소장파’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아들의 마약 스캔들로 정치 경력에 치명상을 입었다. 2017년 9월 남 전 지사 아들 남 아무개 씨의 필로폰 투약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남 씨는 구속됐다. 남 씨는 1심(서울중앙지법)과 2심(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았다. 아들 스캔들 이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남 전 지사는 2019년 3월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권 차기 주자군에 오르내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9년 3월 조카 마약 스캔들로 구설에 올랐다. 유 이사장 조카이자 유시춘 EBS 이사장 아들인 신 아무개 씨는 2017년 10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해외 체류자와 대마 9.99g을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에 밀반입했다는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10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신 씨의 형이 확정됐다.
또 다른 여권 잠룡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조카가 마약사범으로 중국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전력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관련기사 [단독] 중국 무기징역 마약사범, ‘박원순 조카’는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왔나). 박원순 시장 조카 권 아무개 씨는 2006년 7월 중국 선양국제공항에서 마약 1kg을 밀반출하려던 혐의로 체포돼 중국 현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는 2016년 ‘한·중 수감자 이송조약’에 따라 한국으로 이송됐다. 이를 두고 권 씨를 둘러싼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권 씨 이후 같은 조약에 따라 한국으로 이송된 한국인 수형자가 전무했던 까닭에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