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0월 7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욕설을 해 논란에 휘말렸다. 사진은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서울중앙지검 국감에는 여야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수사를 놓고 거센 공방을 이어갔다.
여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려다가 많이 고발됐다. 이는 순수한 정치 문제”라며 “검찰도 손댈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어느 게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잘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철저히 수사한다고 밀어붙이는 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게 아니다”라고 검찰 수사를 지적했다.
아울러 김종민 의원이 여 위원장에게 ‘편파적인 회의 진행’이라는 취지로 항의하자, 여 위원장은 “듣기 싫으면 귀 막아요. 듣고 싶은 얘기만 들어요. 원래 듣고 싶은 얘기만 듣잖아.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민주당은…”이라고 비꼬았다.
이를 들은 김종민 의원이 항의를 이어가자 여 위원장은 “누가 당신한테 자격 받았어? 웃기고 앉아있네 정말 Χ신 같은 게 아주”라고 욕설을 던졌다. 이 장면은 인터넷 생중계 등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후 논란이 일자, 여 위원장은 “흥분해서 정확한 표현이 기억나지 않지만, 상대방 이야기가 귀에 거슬려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여 위원장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은 여 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여 위원장은 피감기관으로 참석한 검찰에 대놓고 사실상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한 의원들을 수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으로 위원회를 이끌어야 할 위원장임에도, 동료 의원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욕설을 내뱉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여 위원장은 회의장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거칠게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여 위원장과 김종민 의원이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도 두 사람은 부딪혔다. 당시 청문회장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뒤 투신자살한 변창훈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자는 “재작년 (변 검사의) 가족들을 생각해 상가에는 못 갔지만, 저도 이 일이 있고 나서 한 달간 앓아누울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종민 의원, 두 사람은 자신의 순서가 아닌데도 발언에 나섰다. 그러자 여 위원장은 “김진태 의원은 발언권을 얻고 발언하고, 김종민 의원은 발언을 자제해달라. 오버하지 마세요”라고 제지했다.
이를 들은 김종민 의원이 반발하며 “위원장 (역할)을 하시라. 지도하지 말아라. 그게 어떻게 윤 후보자가 죽인 거냐. 말이 되느냐”라고 따져 물었고, 여 위원장은 “왜 과거 정권 이야기를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민 의원이 “위원장님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라고 했지만, 여 위원장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고 다그쳤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