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 ‘김지연’으로 솔로 활동에 나선 러블리즈 케이.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케이는 “떨린다”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 것도 알지 못할 만큼 몹시 설레어 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솔로 프로젝트였지만 성공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도, 믿지도 못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러블리즈로 2014년에 데뷔하고 5년 만에 첫 솔로예요. 제가 솔로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상상도 못 했어요. 아직도 좀 꿈만 같고, 멤버들도 신기해하더라고요. 러블리즈의 케이만 보다가 ‘김지연’을 보게 되니까 좀 연예인 같아 보인대요(웃음).”
‘오버 앤 오버(Over and Over)‘로 이름 붙은 이번 솔로 프로젝트를 통해 케이는 오롯이 ‘김지연’이라는 이름 석 자로 무대를 채운다. 이미 ‘케이’로 인지도를 쌓아온 터라 본명으로 활동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다.
“인지도 문제를 두고 사장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김지연으로 나오는 게 좋을까, 아니면 케이로 그냥 나오는 게 좋을까… 그런데 사장님께서 ‘네 첫 솔로니까 김지연이라는 너 자체를 알려보자’고 해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도인 것 같아서 결정했죠. 그렇다고 완전히 김지연으로만 활동하진 않을 거예요. 김지연 플러스 케이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러블리즈 케이.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케이와 김지연은 같은 사람이지만, 솔로와 그룹 활동을 구분 짓는 만큼 눈에 띄는 차이를 두는 것도 중요했다. 그렇다면 ‘김지연’은 ‘케이’와 어떻게 다를까.
“김지연의 솔로에서는 제 내면에 있는 음악적인 색깔을, 김지연의 감성을 담아냈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노래를 들으시면 ‘김지연이란 사람이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한 곡, 한 곡에 감성들도 다 다르니까 아마 들어보시면 아시지 않을까요(웃음). 러블리즈 노래를 녹음할 때는 예쁘고 상큼하게 불렀지만 이번 솔로에서는 조금 더 두터운 목소리로 불렀던 것 같아요. 꾸미지 않은 ‘지연이의 목소리’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러블리즈에서 ‘애교’를 맡고 있는 케이지만, 솔로 활동을 위해서는 애교를 봉인해야만 했다고도 덧붙였다. 사장님의 특명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사장님이 저보고 ‘애교는 이제 그만해라, 애교 떨 나이 아니지 않냐’고 하셨어요(웃음). 그런데 저는 누가 시켜서 애교를 하는 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나오는 거거든요. 그래서 지금 엄청 억누르고 있는 거예요(웃음). 이번에는 노래하는 지연이를 보여줄 차례니까 마냥 애교 넘치는 이미지가 아닌 진정성 있고 아티스트적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러블리즈 케이.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단순히 음색과 분위기에만 변화를 준 것이 아니다. 케이는 ‘김지연’으로 변신하면서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검은 머리만 고집해 온 지난 5년을 뒤집어엎기라도 하듯 완벽한 금발로 대중 앞에 선다. 긴 금발과 흰색 드레스를 입고 푸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 속 그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드러내기도 했다.
“금발은 정말 5년 만에 처음 시도해 본 거예요. 제가 스타일 변화가 없는 멤버 중 하나라서 다른 멤버들도 제 변신을 보고 엄청 놀라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러블리즈의 콘셉트는 소녀다운 게 있다 보니까 ‘김지연’의 콘셉트를 녹여서 청순함은 유지하되 변신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사실 저도 지금 많이 궁금해요. 팬분들은 제 변신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실지…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요(웃음).”
케이는 물론 러블리즈의 다른 멤버들도 ‘변신’에 대해 긍정적이다. 최근 음악방송 엠넷의 걸그룹 컴백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에 출연 중인 러블리즈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데 욕심을 내고 있다. 욕심이 앞서면서 생각만큼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일도 있었지만 케이는 이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블리즈 케이.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퀸덤’ 출연에 후회는 없어요. 다른 방식의 무대는 ‘퀸덤’에서밖에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여기가 아니면 언제 또 해보겠어, 그런 생각이에요. 저희는 또 ‘퀸덤’을 통해서 다양한 콘셉트의 다른 걸그룹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거든요. 그분들을 보면서 ‘와, 퀸덤에 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대중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그게 좀 아쉽죠. 명예회복을 위해서 다음 라운드는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케이의 ‘김지연’으로의 변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까. ‘성공’이라는 두 글자에 케이는 “확신하거나 ‘반드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반적으로 가요계에서 ‘성공’은 음원 성적에 달려 있는데,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김지연의 솔로 활동을 좋게 봐주시면 너무 좋죠. 하지만 성적에는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냥 ‘김지연이 솔로로 나와도 잘 할 수 있구나’, ‘충분히 혼자서도 무대를 잘 해내는 아이구나’ 이렇게 좋게만 봐주셔도 더 바랄 게 없어요. 사실 저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 꿈을 이룬 것과 다름이 없거든요. 물론 성적까지 좋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래도 제 가능성을 보여드리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