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민생특별위원회12’ 출범식에 참석한 안철수 전 의원(왼쪽)과 유승민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최근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는 사실상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출범시켰다. 변혁에는 유승민계 의원 8명과 안철수계 의원 7명이 참여했다. 안 전 의원이 합류해 유승민 의원과 내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변혁 의원들은 미국행 발표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변혁 대표를 맡은 유 의원도 안 전 의원 미국행을 “(사전에) 몰랐다”고 했다.
안 전 의원 측은 오래전부터 계획해왔던 일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김도식 전 안철수 비서실장은 “(미국 스탠퍼드대에 방문학자로 가는 것은) 미리 준비하지 않고 갑자기 결정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다. 미국 쪽에 방문학자로 갈 수 있는지 미리 검토하느라 수개월 전부터 준비했던 스케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 전 의원이 최근 책을 출간했지 않나. 선거 패배 후 해외 체류, 책 출간 후 복귀는 정치 공식이다. 책 쓰는 게 어렵다. 안 전 의원이 복귀하지 않기로 하면서 힘들게 썼을 책이 별 주목도 받지 못하고 묻히게 됐다. 원래는 국내 복귀를 계획했다가 어떤 이유로 틀어진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변혁 측에서는 안 전 의원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과거 안철수계로 분류됐던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변혁에 참여한 안철수계 인사들 사이에선 안 전 의원 측근들이 메시지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안 전 의원은 변혁 참여를 원하지 않았는데 측근들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안 전 의원 메시지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안 전 의원이 독일 일정 이후 미국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전에 나온 것은 맞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일정은 아니었다. 이번 미국행은 안 전 의원이 안철수-유승민 연대에 반대하거나 최소한 불만이 있다는 표현을 한 정치적 메시지라고 본다. 변혁 측에선 안철수계 의원들이 이미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안-유 연대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바른미래당 원외위원장은 “유승민 의원과 원외위원장 비공개 간담회에서 유 의원이 ‘안 전 의원과 이야기했다’가 아니고 ‘이야기하겠다’고 하더라. 안-유 연합에 대해 합의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변혁에선 내년 총선을 위해서 빨리 들어오라고 하고 있는 거고 안 전 의원은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안 전 의원이 안-유 연합, 손학규 대표와 연대, 독자 신당을 놓고 결정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저도 직접 연락이 되지 않아서 안 전 의원 생각을 알지는 못한다. 연말쯤에는 귀국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총선을 아예 패싱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안 전 의원은 아예 귀국을 안 하든지, 귀국한다면 유 의원과 연대할 거라고 본다.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안철수 전 의원이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발표한 후 차에 오르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안 전 의원이 유 의원과 재결합에 머뭇거리는 바탕엔 이미 실패했던 안-유 연합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의원과 유 의원은 함께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바 있다.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대립했고 결국 선거에서 참패했다.
장진영 바른미래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두 분이 만든 당이 실패했다고 하면서 두 분이 또 함께한다고 하니 좀 어리둥절하다”면서 “두 분은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케미를 보여줬다”고 했다.
일각에선 안 전 의원이 복귀하기 전 몸값을 높이려고 뜸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승민계 이혜훈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의원 미국행에 대해 “꽃가마를 보내드리면 올 분”이라고 언급했다. 안 전 의원이 꽃가마를 기다리며 변혁 측과 밀당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안 전 의원 측 인사는 “안 전 의원은 야권 단일화를 위해 대선을 포기한다든가,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든가 항상 험로를 걸어왔다”면서 “꽃가마 비슷한 것도 타본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변혁에 참여하는 인사 비율이 유승민계가 더 많다. 게다가 안철수계 인사들은 7명 중 6명이 비례대표라 활동에 제약이 많다. 이 상태로 유승민계와 연대하면 안 전 의원이 이용만 당하지 않겠나. 최근 안 전 의원 멘토 그룹에서 귀국을 만류한 것으로 안다. 안 전 의원이 총선 이후에 복귀하는 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철근 변혁 대변인은 안철수 미국행에 대한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 “(안-유 연합이 깨지기를 원하는) 당권파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이미 변혁에 안철수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지 않나. 안 전 의원 미국행에 변혁 의원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국민의당 시절에도 총선 열리는 해에 창당, 성공했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안 전 의원이 유 의원과 함께하는 것은 맞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대해서는 안 전 의원이 직접 언급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