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VCNC 대표가 지난 7일 열린 출시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운영 차량 1만 대로 확대하고, 드라이버를 5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택시업계간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는 지난 7일 열린 출시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0년까지 운영 차량을 1만 대로 확대하고 드라이버를 5만 명으로 늘려, 수도권에 머물러 있는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타다는 지난해 10월 서비스 출시 이후 1년 만에 가입 회원 125만 명을 확보하고, 운행 차량 대수 1400대에 드라이버는 9000명을 돌파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법인택시 회사와 손잡고 대형택시 서비스 ‘카카오T 벤티’를 이달 중 출시한다. 밴 차량 800여 대를 이용해 대형택시 중개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으로 이용자 2300만 명을 확보한 카카오T 플랫폼을 활용한다. 타다 방식처럼 즉시 배차 시스템과 탄력요금제로 운영하면서 맞대결을 예고했다.
양 측의 확장 행보는 상반된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먼저 타다의 계획은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 7월 ‘택시제도 개편안’을 통해 타다처럼 택시면허 없이 차량을 직접 운영·호출하는 혁신형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차량 총량을 정하고 사회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 제한된 총량 안에서 운행 대수나 횟수에 따라 수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내도록 한다. 렌터카 기반 운송서비스 허용에 대한 내용도 빠졌다. 국토부가 렌터카 기반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전락한다. 타다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타다는 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에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겐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에 근거해 운행 중인데, 사법부 판단에도 운명이 걸려 있다. 현재 택시단체 고발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실제 국토부는 타다의 증차 방침에 즉각 자료를 내고 “타다 운행 근거인 시행령 예외규정을 수정해 예외적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겠다”며 타다 운행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타다는 기자간담회 다음 날인 8일 “타다가 목표로 밝힌 1만 대 확대 계획엔 택시와 협력해 진행하는 ‘타타 프리미엄’,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약자를 지원하는 ‘타다 어시스트’, 지역별 상황에 맞는 가맹 택시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므로 정부와 국회, 사회 전반의 관계자들과 더 열심히 대화하겠다”고 해명했다.
규제 리스크가 큰 기업은 투자자 모집과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는 점도 타다에는 걸림돌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1만 대로 늘리려면 투자금이 필요한데, 정부가 공공연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자들이 투자할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한 당분간 타다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점에도 불구하고 타다가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영된 결과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개편안대로 법안이 마련되면 차량운행 대수에 제한받고 기여금도 내야 한다. 렌터카 기반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차량도 모두 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타다는 그간 줄곧 국토부에 건의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가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밀릴 것이란 불안감이 배어 있다는 것.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 1만 대로 늘리는 건 자금조달 문제나 정부 규제로 힘든 만큼 실행 가능성을 확신하고 내놓은 목표라기보다 국토부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 아니겠느냐”며 “카카오를 견제하기 때문에 그런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공동대표. 카카오모빌리티는 100여 개 법인택시 회사와 손잡고 대형택시 서비스 ‘카카오T 벤티’를 이달 중 수도권에 출시할 계획으로, 타다 방식처럼 즉시 배차 시스템과 탄력요금제로 운영하면서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정부 규제를 피해 택시업계와 손을 잡았다. 진화택시와 중일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 지분을 100% 인수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타고솔루션즈는 4500여 대를 보유한 법인택시회사 50여 곳이 속한 택시 가맹사업체로, 승차거부 없는 ‘웨이고블루’ 택시 서비스를 카카오T 플랫폼에서 서비스해왔다. 모빌리티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는 택시뿐 아니라 킥보드, 자율주행차 등 모든 교통수단을 서비스한다는 목표로 접근 중”이라며 “정부나 택시업계 반발에 직면하는 사업은 넘기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사업부터 진출, 확대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타다와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정부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에서 벗어날 수 있어 리스크가 적다는 점에서 사업 전망이 안정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이미지 개선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의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택시의 승차거부와 불친절 문제 등으로 택시업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은 기존 이미지를 벗어내야 카카오의 최대 강점인 플랫폼 확장력이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타다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시한다. 국토부는 시행령 예외조항을 수정하겠다고 했지만, 엄밀히 말해 수정 전까지는 사업 확대가 불법은 아니다. 타다가 사업을 키운 뒤 법 개정에 따라 불법이 되면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박재욱 VCNC 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택시제도 개편안에 대해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실제 법안이 올라가면 콜버스나 카풀 사례처럼 실질적인 서비스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만약 타다가 잘 안 돼 망하면 국가가 배상할지 등 법적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쪽이 승기를 잡든 업계간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경쟁이 붙으면 업계마다 고객 유치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일 것이기에 소비자 입장에선 긍정적”이라며 “다만 업체가 서비스를 급격히 확대하는 과정에서 운전 경력이 적은 사람 등을 기사로 고용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정부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