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피츠버그 구단은 1960년 월드시리즈 우승 50주년을 기념해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빌 마제로스키의 동상을 홈구장 PNC 파크 인근에 세우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1960년 뉴욕 양키스와 피츠버그가 맞붙은 월드시리즈. 예나 지금이나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강팀으로 꼽혔다. 1951~1960년 10년 동안 8번 월드시리즈에 올라 5번이나 우승했을 정도다. 반면 피츠버그는 무려 33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1925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연히 양키스가 피츠버그를 가볍게 꺾고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피츠버그가 1차전을 먼저 잡은 뒤 양키스가 2차전과 3차전, 피츠버그가 4차전과 5차전을 각각 이겨 먼저 3승을 따냈다. 6차전에서는 다시 양키스가 10-0 대승을 거둬 승부를 7차전까지 몰고 갔다. 우승이 걸린 마지막 7차전은 난타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피츠버그가 먼저 리드를 잡았지만, 양키스가 9회초 극적으로 9-9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찾아온 9회말. 선두타자는 마제로스키였다. 그는 양키스 불펜 투수 라이언 테리의 2구째를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작렬했다. 월드시리즈 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7차전에서 터진 시리즈 끝내기 홈런. 평소 타격보다 수비로 훨씬 인정받던 마제로스키의 경력 덕분에 더 극적이었다.
마제로스키는 17시즌 통산 타율이 0.260에 머물렀지만, 수비 잘 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2루수 부문 골드 글러브는 8회나 수상한 선수였다. 그런 그가 팀의 주포들도 해내지 못한 역사적 장면을 만들어냈다. 피츠버그는 그 한 방으로 ‘거함’ 양키스를 무너뜨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마제로스키는 이 홈런을 역사에 아로새기면서 2001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7차전 끝장 승부는 아니었지만, 월드시리즈를 끝내는 홈런을 친 선수는 마제로스키 외에 한 명 더 있다. 토론토에서 뛰었던 조 카터다. 카터는 1993년 필라델피아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5-6으로 뒤진 9회 1사 1·2루서 상대 마무리 투수 미치 윌리엄스를 상대로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역전 끝내기 3점포를 쏘아 올렸다. 토론토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확정하고 ‘폴 클래식’에 마침표를 찍은 기념비적 아치였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