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들이 앞 다투어 생수 가격 인하에 나섰다. 저렴한 생수들이 출시되며 소비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생수 구매와 정수기 렌털, 과연 어떤 것이 더 경제적일까. 롯데마트몰에서 생수가 2L 6병 1860원에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는 그동안 저렴한 가격의 생수를 앞 다투어 출시했다. 10월 10일 기준, 쿠팡의 자체 제작 생수 브랜드인 ‘탐사수’는 2L 24병을 1만 1690원에 판매되고 있다. 100ml당 24원이며, 6병 묶음이면 2922.5원인 셈이다. 온라인 커머스 입장에서 생수 판매가 큰 이윤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생수 배달 시 무료배송 기준을 맞추기 위해 다른 생필품, 생활소모품들을 함께 구매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생수는 ‘미끼 상품’인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고객들께 제공하고 싶은 뜻으로 이해해 달라”며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이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고 가격은 최저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탐사수가 출시된 이후 얼마나 판매됐나’라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검색 결과 상단 배치는 고객의 검색량, 만족도, 정확도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것인데, ‘생수’라고 검색했을 때 탐사수가 가장 상단에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최저가 생수’다.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미네랄워터’ 2L 용량 6병은 1860원에 판매되고 있다. 100ml당 16원으로 쿠팡의 탐사수와 비교해 60% 수준이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으로 고객들은 이전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생수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저가 검색 등의 기능으로 온라인 쇼핑 경쟁력이 워낙 강하지고 있고,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판매를 잘 하는 방법을 강구하며 나름의 방안을 준비한 것”이라며 “고객들이 마트로 직접 찾아오게끔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끼 상품을 노렸냐. 이 가격에 생수를 판매하면 이윤은 남나’라는 질문에는 “이윤이 남기는 남지만, 미끼 상품이란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저렴한 상품들을 준비하면 고객들이 찾아오고, 다른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펼쳐지는 가운데 고객들은 생수와 정수기 사이에서 합리적인 구매를 고민하게 됐다. 생수는 구매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 직접 구매하기엔 무게가 상당해 온라인 배송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이마저도 배송료 때문에 필요 이상의 지출도 감수해야 한다. 생수를 다 마시고 난 뒤 쌓여가는 빈 페트병도 골칫거리다. 반면, 정수기는 한 번의 설치로 편하게 사용할 수는 있지만, 설치 초기 비용 또는 렌털비가 부담된다는 점과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수돗물홍보협의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전국 성인 1만 2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응답자인 34.3%가 정수기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생수는 13.1%였다. 42.2%는 ‘끓이거나 조리해서 마신다’고 답했고, ‘지하수나 약수’는 3.2%에 그쳤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생수보다는 정수기를 선호했다. 만약 생수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선호도도 바뀔까.
성인이 1년 동안 생수 구매 또는 정수기를 이용했을 때 어떤 것이 더 경제적인지 계산해봤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적정 물 섭취량은 1.5~2L로 200ml 기준 8~10잔이다. 성인이 물을 하루 1.8L 섭취한다고 가정할 때, 1년 동안 마시는 물의 양은 657L다. 3년 동안 물을 마신다면 생수 구매와 정수기 사용 중 어떤 것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까.
성인이 2L 용량의 생수를 구매해 섭취한다면 3년 동안 985.5병을 마신다는 계산이 나온다.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미네랄워터는 한 병당 310원이며, 985.5병을 마시면 연간 생수 구매에 드는 비용은 30만 5505원이다. 병 당 가격이 약 487원인 쿠팡의 탐사수를 구매한다면 연간 약 47만 9939원(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의 생수값을 지출하는 셈이다.
쿠팡은 자체상품인 ‘탐사수’를 출시 판매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쿠팡의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들.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해 정수기 브랜드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리얼미터 자체실시, 2018년 10월 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1명 대상 조사), 코웨이‧LG퓨리케어‧청호나이스‧쿠쿠전자‧SK매직‧교원 헬스‧현대큐밍‧루헨스‧바디프랜드 순서로 나타났다. 이 업체들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정수기를 찾아봤다. 물론 카드사 제휴나 청구할인 혜택, 렌털 기간, 설치 및 등록비, 멤버십 가입 등 적용 혜택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지만, 월 렌털료와 일시불 구매 금액만을 토대로 단순 비교했다.
가장 저렴한 정수기 렌털은 루헨스의 ‘언더싱크 정수기’와 쿠쿠의 ‘인앤아웃 슬림 탱크리스(셀프관리형)’ 제품으로 한 달 렌털료는 1만 3900원이다. 이 두 상품은 최소 36개월 렌털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한다. 한 달에 1만 3900원이지만, 36개월을 렌털하면 총 가격이 50만 400원이다. 루헨스 제품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정수기는 60개월 동안 월 렌털료를 납부하고, 완납되면 정수기의 소유권이 고객에게 이전되는 방식이다. 36개월 렌털이 최소 조건이며, 그 이하로 사용한 뒤 반납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 위의 쿠쿠 상품을 60개월 동안 렌털하면 총 비용이 83만 4000원이다. 그러나 일시불로 구매하게 될 경우 44만 9000원으로 렌털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단편적으로는 렌털보다 구매가 저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수기는 필터를 교체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렌털의 경우 렌털료에 관리비용과 필터 교체 비용이 포함되지만, 일시불로 구매할 때는 고객이 필터 교체 주기 때 유상관리를 해야만 한다. SK매직의 직수 정수기 미니는 3개의 필터가 들어가는데, 이를 해당 주기에 맞춰서 교체한다면 3년 동안 수십만 원의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차라리 렌털이 경제적이다.
결국, 저렴한 정수기를 3년 동안 렌털하면 50만 400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초특가 생수를 3년 동안 구매하는 데에는 30만 5505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마트에서 생수를 직접 사와야만 하는 번거로움이나 온라인 쇼핑 배송료를 아끼기 위해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게 되는 등의 고민도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했을 때는 초특가 생수 구매가 정수기 렌털보다 61% 저렴한 가격으로 훨씬 더 경쟁력 있어 보인다.
생수 구매가 정수기 렌털료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온라인 커머스와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으로 저렴한 생수가 출시되면서다. 주택 인근 소매점 등에서는 2L 6병 묶음이 6000원 대에도 판매되고 있다. 이 가격으로 생수를 구매해 3년을 섭취한다면, 당연히 정수기 렌털이 훨씬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은 계산은 가족 형태와 가족 구성원의 숫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성인 1인 가구 기준의 경우, 최저가 생수 주문 배달이 경제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족구성원 두 명 이상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수 구매 비용에 가족 수를 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수기는 다르다. 물론, 가족이 늘어난 만큼 음용량도 많아지면 필터 교체시기도 잦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렌털료 또는 멤버십 비용에 관리비가 포함돼 있어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