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수사상황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10일 3차 수사진행 브리핑을 통해 “8차 사건과 관련해서 (이춘재가) 자신 만이 아는 유의미한 진술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미 있는 진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란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재수사 결정은 당시 범인으로 특정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윤씨가 “형사들의 강압적 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찰은 범행이 벌어진 방 안에서 발견된 체모가 윤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내용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를 토대로 윤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윤씨는 20년으로 감형돼 2009년 8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윤씨는 과거 언론을 통해 “최 형사 등 2명이 징역형을 줄여주겠다며 허위자백을 유도했고, 가혹행위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사본부와 만나서도 비슷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8차 사건 기록 사본과 당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창호지 등 일부 증거물에 대해 국과수에 재검증을 의뢰했다.
경찰은 화성 8차사건 당시 윤씨의 체모만 국과수 감정을 의뢰한 점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 중엔 이춘재도 있었지만, 경찰은 최종 4번째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에는 윤씨의 것만 의뢰했다.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으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 8점에서 나온 혈액형 B형과 일치하지 않고, 형태적 소견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서도 국과수에 재감정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윤씨를 검거하고 조사한 장모, 최모 형사 등을 수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수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윤모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자백을 받은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8차 화성 살인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당시 13세였던 중학생 A양이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7월 경찰은 A양 집 근처에 사는 윤씨를 조사해 자백을 받았다.
줄곧 허위자백을 주장해온 윤씨는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임을 자백하면서 재심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재심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에게 재심을 의뢰한 상태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