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혼다 CRF1100L 아프리카트윈 / 어드벤처 스포츠
아프리카트윈의 역사는 과거 80년대 다카르랠리 챔피언 혼다 NXR750으로부터 시작된다. 죽음의 랠리라고 불리던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혼다는 86년 NXR750으로 우승했다. 이후 4연속 포디엄을 거머쥐며 아프리카트윈 열풍을 만들었다. 당시 인기를 반영해 혼다는 1989년 랠리 머신 NXR750에서 영감을 얻은 양산형 모델 XRV750을 출시했다. 현행 아프리카트윈의 선조인 셈이다.
랠리머신 분위기 연출을 더한 2020 아프리카트윈
아프리카트윈이 재등장한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장르인 듀얼퍼퍼스(Dual-purpose)가 세계 시장에서 소위 먹히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갈 때다.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다소 늦은 시점이었지만 혼다는 영리하게 자사의 기념비적인 듀얼퍼퍼스 모델 아프리카트윈 카드를 꺼내들었다. 거기에 더해 듀얼클러치미션을 얹은 아프리카트윈 DCT의 등장은 곧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혼다 모터사이클 특유의 제품력과 과거의 유명세로 2016년 부터 지금까지 세계 누적 판매 대수 8만 7천 대를 기록했다. 위로는 1200cc급 플래그십 듀얼퍼퍼스 모델과 경쟁해야 했고 아래로는 800cc 급 모델과 비교당한 것에 비하면 꽤나 선전한 셈이다. 강력한 파워로 어필하는 모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편의 장비가 대거 투입된 프리미엄 모델도 아니었던 탓이다. 더욱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기엔 ‘쌘캐’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아프리카트윈은 2020 풀체인지로 전작의 아쉬웠던 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2020 아프리카트윈 어드벤처스포츠는 더욱 확장된 어드벤처 영역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 풀체인지 아프리카트윈
이번 업데이트는 엔진과 프레임 그리고 디자인 변화를 모두 포함하는 풀체인지다. 엔진은 998cc에서 1084cc로 배기량을 키웠다. 전작에서 약점으로 꼽히던 최대 출력 향상을 위한 목적과 유로5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출력이 확대되며 최대마력 101hp 최대토크 105Nm로 상승했다. 전작에서 아쉬웠던 출력부족을 매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랠리머신 분위기를 더한 터치스크린 6.5인치 풀컬러 TFT계기반이 적용된다
프레임 변화도 눈여겨볼 사항. 서브 프레임 접합부를 볼트 고정식으로 바꾸었고 경량 알루미늄 스윙암을 적용해 경량화와 리어 트랙션 확보를 꾀했다. 경량화도 이뤄져 1.8kg을 프레임에서 줄였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총 5kg 가량 무게를 줄였는데 그중 엔진과 프레임의 비중이 가장 높다.
전자 장비가 대거 투입된 점도 좋다. 6축으로 움직임을 감지하는 자이로 센서인 IMU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이를 기반으로 업데이트했다. 코너링 ABS와 윌리 컨트롤(앞바퀴 들림 방지) 리어 리프트 컨트롤(뒷 바퀴 들림 방지)이 적용된다. 라이딩 모드는 어반, 투어, 자갈길, 오프로드 4가지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
노멀 버전은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짧은 윈드 스크린이 기본이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6.5인치 풀 컬러 TFT 계기반을 적용하여 편의성과 시안성을 높였다. 전작에서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아닌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볼멘소리가 나왔던 부분이라 기대가 된다. 계기반은 라이더가 주행 중에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부분이라 시각적인 만족도가 무척 중요한데 이러한 관점에서도 괜찮은 선택이다. 랠리 머신의 분위기를 본뜬 세로형 배치와 다자인도 마음에 든다.
듀얼클러치미션DCT의 업데이트도 반갑다. 보다 부드럽고 민첩한 기어 변속을 위해 성능을 개선했다. 또한 IMU기반의 새로운 코너링 감지 기능이 도입해 전작에서 코너 주행을 할 때 엔진 회전수에 따른 기어 변속이 적절하게 될 수 있도록 돕는다.
2020 아프리카트윈 어드벤처 스포츠
아프리카트윈 어드벤처 스포츠
이번 풀체인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프리카트윈과 아프리카트윈 어드벤처 스포츠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나누려고 했던 점이다. 아프리카트윈은 조금 더 오프로드 주파력에 집중한 모습으로 변화했고 상위 트림인 아프리카트윈 어드벤처 스포츠는 장거리 어드벤처 투어에 대응하는 사양으로 꾸몄다.
엔진을 보호하는 가드로 본격적인 어드벤처 분위기가 난다
외모로 봐도 존재감이 더욱 뚜렷한 것은 어드벤처 스포츠 쪽이다. 한껏 부푼 연료탱크와 주행풍을 가릴 큼직한 윈드스크린이 먼저 눈에 띈다. 연료탱크는 24.8리터 용량으로 장거리 주행을 대비한 설정이다. 엔진 가드와 엔진 하부 긁힘을 방지하는 스키드 플레이트 등의 연출이 본격적인 느낌을 준다. 새로운 눈매는 아직 어색하지만 인상이 매서워진 듯한 느낌이 싫지는 않다. 어드벤처 스포츠는 LED 듀얼 라이트에 주간 주행등DRL과 코너 선회 시 자동으로 점등되는 코너링 라이트 기능을 더했다.
다양한 환경에 대비한 설정으로 장거리 여행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설정도 인상적이다. 쇼와 전자제어 서스펜션 시스템인 EERA를 채택해 주행 환경과 라이더 설정에 따를 최적의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관성 측정 장치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통해 능동적으로 노면과 바이크 움직임에 대응하며 소프트, 미드, 하드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라이더 구미에 맞춤 설정도 가능하다. 초기 하중도 자동으로 설정되는 데 1인 승차, 2인 승차, 가방 장착 등이 제공된다. 휠 스펙은 프런트 21인치 리어 18인치로 노멀과 같지만 크로스 와이어 타입 휠과 튜브리스 타이어가 조합된다. 장거리 주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면 상황을 주파하기 위한 선택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크루즈 컨트롤, 히팅 그립, 시거잭 파워 아웃렛이 표준으로 제공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2020 아프리카트윈 / 어드벤처 스포츠
2020 풀체인지 아프리카트윈의 변화가 상당하다. 그렇기에 실제 모습과 성능 구현이 기대가 된다. 반면 장점으로 꼽혔던 가성비는 아무래도 원가 상승 요인으로 인해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브랜드의 어드벤처 이미지를 견인했던 대표 모델인 만큼 새로운 아프리카트윈은 가심비를 확보할 수 있을까? 2020 아프리카트윈과 함께 할 모험의 결이 궁금하다. 국내 도입 시기와 가격은 미정이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