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번 할까요’ 인터뷰. 배우 권상우. 사진=KTH 제공
“영화에서 선영이가 이런 대사를 해요. ‘걔(현우)는 영어만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내 말도 못 알아들어.’ 이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또 문제가 생기는 거죠. 남자들은 어떻게든 빨리 그냥 정리하고 싶어서 일단 사과부터 하고 보는데 여자들은 ‘뭘 잘못했는지 말해 봐’ 하면서 남자가 자기 잘못과 상대방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해주길 바라잖아요. 아마 모든 남녀가 그럴 거고,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거겠죠.”
극중 현우는 돌싱남이지만 극 밖의 권상우는 이제 두 자녀를 둔 어엿한 12년차 유부남이자 가장이다. 그의 부인과 자녀 사랑은 이미 함께 출연한 배우 이정현을 통해서 확인된 바 있다. 이정현이 결혼에 대한 결심을 굳힌 것도 권상우의 행복한 결혼생활 덕이었다는 것이다.
“정현이 때문이라도 결혼 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더라고요(웃음). 사실 현장에 있으면 종혁이 형이나 저나 다 유부남이라 아이들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저는 또 애들이 한참 어리고 예쁠 때거든요. 애들이 하는 웃긴 일들이 영상에 많이 찍혀서 배우들한테 다 보여줬어요. 그런데 정현이도 결혼에 관심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예뻐 보이고 그런 거겠죠, 아니면 관심 없었을 거예요(웃음). 저희 촬영할 때 보니까 자꾸만 서울에 올라가려고 하던데 그때 보고 딱 ‘남자친구가 있구나’ 했어요. 강아지 때문이라고요? 강아지가 그렇게 많은 케어를 필요로 할 리 있나요(웃음).”
가정을 꾸린 지 오래지만 권상우는 ‘결혼’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러가면서 인간 권상우로서도, 배우 권상우로서도 단단하게 만드는 데에 가정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결혼하고 나서 연기를 하는 데 유연함이 생긴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제가 좀 딱딱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잘 휘어지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제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면 바깥 스트레스 때문에 집에서 갈등이 많았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커 가면서 부부가 단단해지니까 서로에 대한 이해도 커 가는 느낌이에요. 와이프가 언제 한 번 TV에 나와서 ‘2년에 한 번은 크게 싸운다’ 그런 말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 시기도 지났어요(웃음). 정현이는 한 번도 안 싸웠다고 하던데 싸워야 부부죠(웃음).”
배우 권상우. 사진=KTH 제공
함께 출연한 이종혁과 함께 40대의 중후한 남성들이 70년대 교복을 입고 난투를 벌이는 모습은 가히 이 영화의 백미다. 권상우는 이에 대해 “CG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제가 어릴 때 교복 입는 작품을 하도 많이 해서…(웃음). 그때는 교복을 그냥 입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교복이라는 옷에 많은 이야깃거리, 그때만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게 참 그립더라고요. 종혁이 형도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 때 참 풋풋했는데…(웃음). 그 장면 다시 찍을 때 (얼굴에) CG나 이런 건 진짜 전혀 없었어요. 그냥 그대로라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대중들만큼이나 권상우도 액션에 목말라 있었다. “몸이 가장 좋은 무기”라고 말한 그는 오는 11월 영화 ‘신의 한수: 귀수 편’의 개봉을 앞두고 또 한 번의 강렬한 이미지 변신을 강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옛날에는 ‘몸짱 스타’로 많이들 이야기해주셨는데 점점 나이는 먹고, 영화의 포커스는 20~30대 젊은 배우들에게 가고 있으니까 제게는 조금 기회가 덜 오긴 하죠. 하지만 꾸준히 액션 연습도 하고, 몸도 만들면서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불사를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제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 ‘나이를 먹어도 가장 몸을 잘 쓰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몸을 가장 잘 쓰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권상우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제작에도 조금씩 손을 뻗쳐보고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휴먼 드라마’부터 시작해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자들과 미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영화 제작을 해 보는 게 꿈이어서 따로 제가 법인을 만든 것도 있어요. 주연 출연요? 제작이 될 수만 있다면 좋은 건 제가 해야죠(웃음). 다만 도전에 앞서서 배우로서 먼저 관객 분들께 신뢰가 더 쌓이고, 더 자신감을 갖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어쨌든 영화에 대한 간절함이 더 크니까요. 적어도 1년에 한두 편을 찍어서 배우로서 관객분들을 먼저 찾아가고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