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그룹A로 이끄는 극적인 골을 넣은 포항 공격수 이광혁. 그는 이 같은 활약을 인정 받아 33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올해도 뜨거웠던 마지막 정규 라운드
정규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33라운드, 올 시즌 역시 예측불허의 결과가 연출됐다. 파이널 그룹A 진출 6팀의 면면이 33라운드 경기 종료 시점에서야 완전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단들에게 파이널 그룹A 합류는 자존심으로 통한다. 맞대결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파이널 그룹A 진출을 놓고 싸운 팀은 포항과 상주였다.
포항이 승점 45점으로 43점의 상주에 앞서 있었기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경기만으로도 뒤집힐 수 있었다. 또한 포항의 상대가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이었기에 포항이 어렵다고 볼 수도 있었다.
울산이 최상단에 있는 K리그1 순위표가 보여주듯 경기는 울산이 후반 초반 선제골로 앞서 나가며 쉽게 풀어 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포항의 그룹A 진출 의지가 빛났다. 경기 막판 약 5분 동안 2골을 몰아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상주로선 아쉬운 결과였다. 강원을 상대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골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포항이 무승부를 거뒀다면 승점 동률을 이뤄 다득점에서 앞서는 상주가 포항을 따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최후에 웃은 팀은 포항이었다. 이로써 최근 6경기 무패행진을 달린 포항은 그룹A에 합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리그 3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함께 눈물 흘린 선두권
이번 시즌 K리그는 1, 2부리그 전체 2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유례없는 흥행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흥행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흥미로운 선두 경쟁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수년간 전북이 독주를 펼쳐왔던 것과 달리 울산이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올라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찾아보기 힘들었던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울산(흰 유니폼)과 전북.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실제 양 팀은 시즌 내내 1위와 2위를 오르내리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 팀 모두 선두로 올라서더라도 승점 차이를 벌릴 수 있는 기회에서 치고 나가지 못했다.
33라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선두 울산은 상승세를 타고 있던 전통의 라이벌 포항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승점을 단 1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울산의 패배는 곧 전북에게 기회였다. 승점 2점차였기에 뒤집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북도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하위권으로 처진 인천을 상대로 했기에 더욱 아쉬울 법했다.
양 팀이 9월부터 10월 A매치 기간까지 치른 6경기에서 거둔 승점은 11점(3승 2무 1패)으로 같다. 공교롭게도 선전과 부진의 사이클이 겹치며 양 팀 감독의 속은 타들어가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스플릿에서 파이널로, 새 옷으로 단장한 K리그1
지난 2012년 도입 이후 7년차를 맞은 스플릿 라운드는 올 시즌 ‘파이널 라운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K리그1은 지난 2012년 리그 참가 팀이 12개가 되면서 시즌 경기수가 줄어들게 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해외 리그 등을 참고해 스플릿 제도를 도입했다.
K리그1은 스플릿 라운드 대신 파이널 라운드라는 새 이름으로 마지막 5경기를 치르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혼란을 낳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팀을 이끌던 일부 지도자도 새로운 제도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도입 7년차를 맞은 현재, K리그를 꾸준히 지켜본 팬들에겐 익숙한 제도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따금씩 관심을 갖는 라이트팬들에게는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흥행 면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2019 시즌, 연맹은 ‘리브랜딩’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스플릿 라운드’는 ‘파이널 라운드’로 ‘상·하위 스플릿’으로 불리던 이름은 ‘그룹A·B’가 됐다.
파이널 라운드로의 리브랜딩은 플레이오프 도입 논의에 대한 해답이기도 했다. 지난 2011 시즌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플레이오프는 이후로도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유례없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이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연맹은 리브랜딩을 발표하며 “파이널 라운드에 플레이오프 개념이 더해지길 바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시즌은 예년에 비해 촘촘한 승점 차이로 순위표를 이루고 있다. 1~2경기 만에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이에 상위팀간, 또는 하위팀간의 경기가 반복된다면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강등 등의 주인공이 손쉽게 달라질 수도 있다. 플레이오프 도입이라는 전면적인 제도 변경 대신 리브랜딩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K리그가 팬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지켜 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