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DGB대구은행은 구미시에 성금 1억 원을 전달했다. 사진=구미시 제공
지난 9월 27일 구미시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는 신청서를 낸 은행 다섯 곳의 점수를 공개하며 DGB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제1금고와 제2금고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제1금고에는 일반회계 금액이 담기고 제2금고는 특별회계 금액과 기금 등을 품는다.
1100점 만점에 DGB대구은행이 1042.65점, NH농협은행은 998.10점을 받았다. 그 뒤로 KB국민은행 977.45점, KEB하나은행 943.45점, 새마을금고 782.90점 순이었다. 이 결과에 따라 DGB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구미시 제1금고와 제2금고를 각각 운영하게 됐다. 구미시의 경우 제1금고는 약 1조 1925억 원, 제2금고는 약 2504억 원 규모다. DGB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은 1995년 구미시와 선산군 통합 뒤 24년 동안 ‘금고지기’를 해왔다.
구미시의 이번 금고 선정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은행의 협력사업비와 협력사업계획 등 지역 사회 공헌 관련 통 큰 제안을 했던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해 탈락했기 때문이었다. 시 금고에 지원하는 은행은 시와의 협력 사업 관련 지원안을 제출한다. 이른바 시 금고 운영권을 받는 대가로 시에 지원금을 내는 셈이다.
일요신문이 구미시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 1위를 차지한 DGB대구은행의 지역 지원 규모는 협력사업비 30억 원에 50억 원 규모의 협력사업계획 등 총 80억 원 수준이었다. NH농협은행은 협력사업비 6억 원이 전부였다.
1위인 DGB대구은행의 지역 사회 공헌 규모는 3위 KB국민은행의 절반 정도였다. KB국민은행은 협력사업비 75억 원과 재단 출연, 구미공단 입주기업 3년간 이자 지원 등이 담긴 75억 원 규모 협력사업계획을 합쳐 모두 150억 원 규모 지원책을 구미에 냈다. 4위였던 KEB하나은행조차 협력사업비 20억 원과 협력사업계획 90억 원 등 110억 원을 적어냈다.
특히 구미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KEB하나은행 탈락이 뼈아프다. KEB하나은행은 약 10억 원을 들여 어린이집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나 기술혁신 스케일업 펀드’가 수포로 돌아간 건 지역 사회에 큰 타격이다. KEB하나은행은 500억 원 혹은 2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하나벤처스를 거쳐 지역에 위치한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계획했다. 지역보증재단 출연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금융지원, 지역소회계층 금융 지원 등 지역사회 금융지원책도 마련했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시와의 협력사업계획은 배점이 100점 만점에 2점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 여러 항목에서 점수가 갈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항목에서 큰 차이가 났다는 구미시의 입장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금고 평가항목은 보통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 금리, 지역 주민 이용 편의성, 금고 업무 관리 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등 5개로 나뉜다. 지자체마다 배점 차이는 있지만 각 항목당 점수를 합산해 최종 선정에 이른다. 지점 숫자 차이가 두드러지는 지역 주민 이용 편의성을 제외하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DGB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에 밀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하는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항목에서 DGB대구은행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신용평가기관 등급을 1개만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보통 무디스, 피치, 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을 평가 지표로 쓴다.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3대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만 DGB대구은행은 S&P의 평가 등급만 보유했다. 최하 점수가 적용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게다가 주요 경영지표는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DGB대구은행 순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대체 어떻게 이런 점수가 나올 수 있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다. 구미시가 금고 지정 세부평가 기준 및 방법을 사실상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구광역시 금고 선정의 경우 평가항목 5개 아래 각각 세분화된 기준과 방법을 마련해 놨다. 경영지표의 경우 총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자기자본이익률 등 각 세부 점수가 나눠져 있으며 금리 수준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을 줄 세우기 해 등급을 매길 수 있도록 해놨다. 구미시 금고 지정 세부평가 기준 및 방법은 다른 주요 지자체와 달리 구체성이 없는 ‘개요 3줄’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안에서는 DGB대구은행 및 NH농협은행과 지자체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DGB대구은행 구미 지역 담당자는 대구 심인고 출신으로 알려졌는데 이 인사가 동갑내기 심인고 출신 사업가 2명과 친분이 두터운 구미시 고위 관계자를 최근 들어 자주 만났다는 증언이 줄을 잇는다. 게다가 지역 사회에서 선거를 치르려면 농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게 지역 사회의 현재 여론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구미시 관계자는 “일단 금고 지정 평가항목별 세부평가기준 및 방법을 마련해서 밀실 행정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게 첫 번째 숙제”라며 “이번 시 금고 선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지역 사회에 이미 널리 알려졌다. 은행과 시 핵심 관계자가 만나는 모습도 여러 번 포착됐다. 시 내부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벌여 이번 사태 원인을 명명백백 밝히고 다시는 지역 주민이 피해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