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윤중천 씨와의 관계는 여파가 작지 않다. 법조계에선 “수사가 어느 수준 이상 진행되다보니 흔들기가 나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대검찰청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10월 10일 자정 한겨레21 보도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스폰서 윤중천 씨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고 이를 검찰이 덮어줬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 무근이고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내에서는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조금씩 퍼지고 있다. 하지만 수사팀의 분위기가 아주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부 검사들은 수사 속도와 범위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수사팀 안팎의 후문이다.
#조국 장관 동생 영장 이례적 기각에 법조계 ‘시끌’
10월 9일 자정.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재판부 명재권 부장판사는 조국 장관 동생 조 아무개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조 씨가 받는 배임 등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뤄진 점, 배임수재 부분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며 “여러 차례 소환 조사가 이뤄진 점 등 수사 경과나 조 씨의 범죄 전력을 고려하면 구속 사유나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당시의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 아무개 씨. 결국 법원은 조 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례적인 영장 기각이었다. 조 씨가 심문 포기서를 내면서 법원이 서면 심사만 진행했기 때문. 건강상태도 고려했다지만, 검찰은 부산에 있는 병원까지 직접 찾아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조 씨 신병을 확보했을 정도로 “구속영장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상당했다.
검찰은 “혐의가 중대하고, 심문 포기까지 했는데 영장이 기각된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실제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3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기각한 적은 한 번도 없기에 ‘이례적’이라는 게 법원 내 반응이다. 한 판사는 “서류를 다 보지 않아 모른다”면서도 “채용 비리 과정 중간에 연결책 역할을 하고 돈을 받아 챙긴 2명 다 구속하고 최종 보스 격인 조국 장관 동생은 기각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가족 사건에서 구속자는 1명’이라는 룰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의 한 판사는 “이미 검찰이 그동안 제출한 서류를 보면 영장전담재판부 입장에서 ‘구속이 불가피한 사람’이 보일 것이고, 그게 정점에 있는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라면 동생에게는 관대하게 접근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검찰개혁 적임자는 ‘나야 나!’ 윤석열 vs 조국 다툼
그런 가운데 윤석열 총장의 대검찰청과 조국 장관의 법무부는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로 ‘검찰개혁’이다. 검찰은 ‘혼자서도 잘해요’를 외친다면, 조국 장관은 “내가 바로 개혁 적임자”를 부르짖고 있다.
10월 10일 오전, 대검찰청은 ‘또’ 검찰개혁안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서초동 집회를 빌어 검찰을 지적한 지 2주일 만에, 4번째 개혁안이다. 밤 9시 이후 ‘심야조사’를 폐지한다는 10월 7일 자체 개혁안을 발표한 지 사흘 만이기도 했다.
이번에 대검찰청이 내놓은 안은 피의자(수사 대상자)에 대한 보안 강화 및 피의사실 공표 제한을 위한 정책이다. 수사팀 내 간부(차장검사)가 기존 담당했던 언론 대응을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전문공보관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밝혔다.
각각의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 조국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최준필·이종현 기자
10월 들어서만 4번째 자체 개혁안이기도 하다. 9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목해 조속한 자체 개혁안 마련을 지시하자, 윤석열 총장은 반나절 만인 10월 1일 오후 △전국 특수부 대폭 축소 및 형사부 강화를 발표했다. 곧이어 △피의자 공개소환 폐지(10월 4일) △밤 9시 이후 심야조사 금지(10월 7일) 등 방안을 연달아 발표하며 “스스로 개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조국 장관의)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대검 측은 밝혔지만, 이는 누가 봐도 “검찰개혁은 협조할 테니, 조국 장관 수사를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에 대한 수사가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는 것이고, 이는 결국 조 장관 수사는 건드리지 말라고 청와대와 국민들에게 보내는 호소의 메시지”라며 “서초동에서 매주 주말 열리는 집회의 제1 명분이 ‘검찰개혁’이지 않느냐, 이런 검찰 지적이 나올 수 없게끔 명분을 확보하는 장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국 장관은 ‘검찰 개혁 완수’를 천명하고 검찰 개혁안에 대해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개혁방안들에 대해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는 검찰의 발표를 환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부분들에 대해 ‘부족하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이 가지고 있는 감찰권을 법무부에 넘겨야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도 규모를 줄여야 한다 등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고 있지만, 문 대통령 지시 이후 급히 내놓다보니 보완할 게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설 당시의 ‘김학의 사건’의 핵심 인물 건설업자 윤중천 씨.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2013년 검찰·경찰 수사기록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도 등장했다는 한겨계21의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됐다. 사진=임준선 기자
10월 11일 0시 무렵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기사가 나왔다. 한겨레21이 “별장 성접대 김학의 차관 사건 재수사 과정에 대해 잘 아는 3명 이상의 핵심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2013년 검찰·경찰 수사기록에 포함된 건설업자 윤중천 씨 전화번호부, 압수된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면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대검찰청은 반박했다. 윤 씨를 수사했던 ‘김학의수사단’을 이끌었던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총장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고 조사 내용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고, 대검찰청은 “그 별장에 간 사실도 없으며, 이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검증하고 사실무근으로 판단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수사단에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고 건설업자 윤중천의 확인도 거치지 않은, 전형적인 ‘소문’에 기댄 기사”라며 “과거 채동욱 총장 때 보도가 얼핏 떠오르면서, 현직 검찰총장을 향한 공격이 목적인 기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 역시 “조사단 일부 구성원의 이런 식의 행태가 너무 화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검찰 수사팀 내 이상기류?
한겨레21 보도 직후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검찰은 대검찰청의 대응과 함께 곧바로 차분해졌다. 사실관계를 궁금해 하던 다수의 검사들 역시 “윤석열 총장이 그럴 리가 없다”며 “좀 심한 기사인 것 같다”고 평가하는 정도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내부 분위기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현재 수사팀 내부에서는 “대검찰청 지휘를 마냥 다 공감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흐름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검사들로부터 대검찰청이 내리는 수사 범위와 속도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며 “아무래도 조국 장관 관련 의혹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수사 방법’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일선 검사들이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대검찰청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원래 각 지청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라인 간 의견 차이는 언제나 존재했다고 하지만, 검찰의 명운이 걸린 수사인 탓에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달가량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쉬지 않고 달려온 수사팀인 탓에 피로감도 상당하다는 평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최고 자리에 올라간 윤석열 총장이나 검사장이 된 대검찰청 수사 지휘 간부들과 달리, 수사팀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조국 장관 수사로 인한 ‘향후 인사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며 “조국 장관 의혹 관련 모든 범죄 혐의들을 모두 확인하는 과정에서 하루도 못 쉰 검사들이 파다하다.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대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