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국민과 검찰이 함께하는 검찰개혁 추진 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터질게 터졌다.”
윤석열 총장이 사업가 윤중천 씨로부터 별장 접대를 받았다는 한겨레 보도에 한 친문 의원이 보인 반응이다. 그는 “그리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윤 총장 임명 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혹이다. 당시엔 크게 문제되지 않았고, 사실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났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조국 수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흘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 장관도 11일 오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당시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보도 내용에 대한 점검을 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 임명을 놓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일단 시간을 지난 6월 중순경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검찰총장추천위원회는 윤석열 봉욱 김오수 이금로, 이 네 명을 총장 후보로 압축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이 유력 후보였지만 현 정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김오수 법무부 차관도 다크호스로 꼽혔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현 정권 적폐청산 아이콘으로 불렸던 윤석열 총장을 낙점했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벌어졌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한 견제가 심했다고 한다. 윤 총장에 대한 여러 소문과 비방들이 폭주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증 작업도 임명 ‘영순위’였던 윤 총장 위주로 이뤄졌다. 윤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도 이 무렵이다.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알려진 윤 총장 처가 쪽을 비롯해 모든 것을 살펴봤다. 검사 시절 어떤 사건을 맡았는지부터 집안과 돈 문제 등이었다. 그런데 세평 업무에서 이상한 지시를 받았다. 부정적인 세평을 집중적으로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세평이란 게 솔직히 자의적인 측면이 강하다. 검증하는 사람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가 올라오면 부정적인 평판 위주로 보고하곤 한다. 그래서 민정수석(조국)이 윤 후보자를 낙마시키려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윤 총장이 김학의 전 차관 스폰서로 알려진 윤중천 씨 별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는 의혹도 민정수석실에서 다뤘던 사안이라고 한다. 앞서의 사정당국 관계자는 “서초동 주변에서 그런 얘기가 나돌자 확인 작업을 했던 것”이라면서 “근거를 찾진 못했다. 윤중천 씨도 조사를 받을 때 윤 총장을 언급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 윤 총장 처가 문제, ‘소윤’ 윤대진 수원지검장 친형 비호 의혹 등이 검증 대상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고성준 기자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선택했다. 현 정부 최우선과제인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한 공이 높게 평가 받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조국 장관 수사가 시작되면서 윤 총장은 현 정권과 등을 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윤 총장은 자신의 임명을 막으려 했던 조 장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악연이 이례적인 강도의 조국 수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 인사 전 여러 라인을 통해 조국 반대 의사를 청와대에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국 정국에서 한동안 정중동 스탠스를 취했던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7일 직접 검찰개혁 입장을 밝히면서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윤 총장과 관련된 의혹들이 쏟아졌다. 그 진원지가 청와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윤중천 접대 소문도 그중 하나다. 대검찰청 측은 “보도는 완전한 허위 사실이고, 윤 총장은 윤중천과 전혀 면식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의 특수통 검사는 “민정수석실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린 내용이 왜 이제 와서 다시 거론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게 문제가 됐다면 인사청문회 때 야당이 넘어갔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실제 자유한국당 한 의원실에선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 총장과 윤중천 관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윤중천 쪽, 대검 진상조사단 등과 접촉했지만 윤 총장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접었다”고 귀띔했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뿐 아니라 검찰 내 ‘윤석열 사단’ 중 일부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경고도 새어나온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민정수석실은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 등 윤 총장 최측근 검찰 간부들에 대한 검증 자료도 갖고 있다. 한때 이를 활용해서 윤 총장 힘을 빼자는 얘기가 나왔던 건 사실이다. 앞으로 조국 장관이 대검 감찰본부장으로 누구를 임명하는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진흙탕 싸움이 조국 장관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이 친문 의원은 “이러고 싶겠느냐. 그런데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여기서 밀리면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 운영이 힘들어진다. 팔 하나를 내주는 심정으로 조 장관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윤 총장과 관련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들을 모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향후 친문 진영이 윤 총장을 향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던 채동욱 전 총장을 찍어냈던 것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과도한 조국 구하기가 결국 문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검찰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앞서의 특수통 검사는 “윤 총장 별장 접대 보도가 나간 후 검찰 내부는 그야말로 폭발 일보 직전”이라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면 검찰도 나름의 저항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라고 정권 실세들 비리 파일이 없겠느냐”라고 일갈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