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순화동 웅진코웨이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웅진코웨이 매각 본입찰 마감은 극적인 순간의 연속이었다. 본입찰을 앞두고 SK네트웍스가 인수전에 불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일 SK네트웍스 측은 “당사는 미래 성장방향과 연계해 웅진코웨이 인수를 검토했으나 해당 기업의 실질 지배력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SK네트웍스가 빠지면서 인수전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치 못한 대형 후보가 등장했다. 국내 2위 게임업체인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앞서 8월 실시된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넷마블 측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에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 인수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과 IT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참여 배경을 전했다.
넷마블 외에도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참여했다. 당초 예비입찰에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던 중국 가전회사 하이얼, 글로벌 PEF 칼라인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넷마블과 베인캐피털의 2파전으로 좁혀졌지만, 시장에서는 넷마블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넥슨을 인수하기 위해 준비했던 자금을 웅진코웨이 인수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 인수 대금이 당초 10조 원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2조 213억 원, 영업이익 2417억 원, 당기순이익 2149억 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갑자기 뛰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분야기 때문. 반면 웅진코웨이가 업계 1위 기업이기 때문에 넷마블이 생소한 사업임에도 운영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웅진코웨이는 2위와 압도적 차이가 나는 렌털 업계 1위다. 이미 전국 네트워크망이 단단히 구축돼있다”며 “넷마블이 인수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큰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 진출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 측에서 사전에 넷마블과 접촉해 인수전 참여 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윤석금 회장, 한국투자증권 측이 지난 7일 한국투자증권에서 만나 인수와 관련한 조율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약속을 웅진그룹 측에서 깼다고 한다. 웅진그룹과 넷마블 측이 사전에 교감이 돼 SK네트웍스와의 만남을 무산시킨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SK네트웍스가 인수전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언론을 통해 나온 것은 지난 8일부터다.
하지만 이러한 막후 접촉설에 대해 웅진그룹 관계자는 “윤 회장의 넷마블 인수전 권유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 역시 “최신원 회장과 윤석금 회장, 한국투자증권 7일 3자대면 약속은 사실이 아니다. 최 회장은 인수에 직접 관여 않았다. M&A(인수·합병)팀이 따로 있다”며 “인수 불참 결정은 7일보다 이전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매각 대상은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지분 25.08%(1851만 1446주)와 경영권이다. 웅진코웨이 인수금액 규모는 2조 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국내 렌털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조 7073억 원, 영업이익 5158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올해 사상 최대치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 4647억원, 영업이익은 2734억 원을 올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웅진코웨이 본입찰 마감, 직원들 반응은? 웅진코웨이의 직원들은 또 다시 사모펀드로 매각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방문판매·서비스·관리 인력인 코디들 입장에서는 SK네트웍스로의 매각도 우려감을 표시해왔다. 기존 SK매직의 방문판매 ‘매직케어’ 인력들과 업무영역이 겹치는 만큼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본입찰을 사흘 앞둔 지난 7일 해외자본 매각에 반대하는 집회까지 열었다. 웅진코웨이 설치·수리 서비스를 하는 CS닥터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웅진코웨이지부(웅진코웨이 노조)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과 중구 웅진코웨이 본사 앞에서 잇따라 결의대회를 열고 “사모펀드 경영으로 고객 서비스와 제품의 질이 떨어졌다. 직원들도 부당한 처우를 겪어왔다. 더 이상 사모펀드와 해외자본으로의 매각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노조는 “웅진코웨이가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원청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마블의 인수전 참여는 내부직원들의 걱정을 한시름 놓게 했을까. 웅진코웨이 노조 관계자는 “넷마블의 자본력은 인정한다”면서도 “운영 사업 방식이나 진정성에는 의심을 갖고 있다. 넷마블은 최근 사업영역을 급격히 넓히고 있다. 또한 넷마블은 사업조직을 자회사로 만드는 등 직원에 대한 처우에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조만간 회의를 거쳐 내부적으로 대책과 입장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