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시즌은 마무리됐지만 11월부터는 또 다른 ‘시즌’이 시작된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류현진의 본격적인 스토브리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과연 류현진은 FA를 통해 어느 정도의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LA 다저스와는 동행할 수 있을까? 다양한 궁금증을 갖고 류현진의 FA 관련 시나리오를 풀어보기로 한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2019 시즌이 끝났다. 9일(현지시간) 오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팀의 패배를 바라보는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지난 시즌 퀄리파잉오퍼를 통해 LA 다저스와 1년 단기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올 시즌 자신의 가치를 FA 시장을 통해 인정받아야만 한다.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LA 다저스가 류현진과 FA 계약을 맺는 것. 류현진도 7년 동안 생활한 LA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터라 다저스가 적극적으로 류현진을 잡겠다고 나온다면 의외로 계약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희망적인 기대와 달리 다저스의 현실은 FA 계약을 앞둔 선수에게 고액 장기 계약을 제안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다저스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다저스에서는 분명 류현진에게 FA 계약을 제안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계약 내용이 류현진의 관심을 끌 수 있느냐는 다소 회의적이다. 다저스에는 클레이튼 커쇼, 워커 뷸러 외에 마에다 겐타, 훌리오 유리아스, 로스 스트리플링, 토니 곤슬린, 더스틴 메이 등 선발 자원이 차고 넘친다. 풍부한 선발 자원을 확보한 다저스로서는 류현진에게 장기 계약은 물론 높은 금액의 몸값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류현진으로서는 4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원할 텐데 다저스가 과연 그걸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선수로서는 다저스와의 FA 계약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현실은 분명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류현진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일 만한 팀으로 LA 에인절스를 꼽았다.
“LA 에인절스는 몇 년 동안 투수들의 부상으로 마운드가 헐거웠던 팀이다. 선발 로테이션 보강이 급선무인 에인절스로서는 류현진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똑같이 FA 시장에 나오는 게릿 콜(휴스턴)도 있지만 게릿 콜의 몸값이 천문학적으로 높이 책정되고 있어 몸값 부담이 다소 적은 류현진이 에인절스로서는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송 위원은 만약 류현진이 에인절스와 FA 계약을 맺는다면 오타니 쇼헤이가 투수로 복귀한다는 전제 하에 원투펀치로 활약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포스트시즌에서 눈에 띄는 예비 FA 선수 10명 중 류현진의 이름을 꼽았다. 류현진의 FA 전망을 풀어가던 ESPN에서도 선발 자원이 풍부한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좋은 조건의 장기 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류현진이 캘리포니아주에 머물고 싶다는 가정 하에 LA 에인절스로 가거나 남부 지역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평소 류현진에게 관심을 나타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어떨까. 송 위원은 다저스 단장을 맡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파한 자이디 사장을 떠올렸다.
“샌프란시스코도 보치 감독 은퇴 후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는 중인데 팀이 다음 시즌을 리빌딩의 해로 삼지 않는다면 파한 자이디 사장으로선 류현진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관심이 협상까지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내년 시즌 새로운 감독과 팀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방향만 세워진다면 류현진의 샌프란시스코행도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된다.”
MLB.com은 최근 FA 시장에 나오는 투수들 중 게릿 콜, 매디슨 범가너, 류현진을 주요 FA 투수로 소개하면서 이 3명의 투수들이 텍사스 레인저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추신수에게 7년 1억 30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안겨준 팀이다. 물론 추신수와의 장기 계약 이후 텍사스는 더 이상의 장기 계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새로운 야구장에서 시즌을 맞이하는 구단 입장에선 선수단 보강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 중 팀의 선발을 맡게 될 최소 2명 이상의 선수를 영입해야 하고, 다양한 포지션의 야수들도 영입 가능한 대상으로 꼽힌다. 과연 류현진은 추신수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인생 제2막을 맞이할 수 있을까?
송재우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FA 계약은 기간과 연평균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기간은 4년 또는 4+1년이 최상의 시나리오고, 연평균 2000만 달러(240억 원)가 현실성 있는 FA 계약 내용이라는 게 송 위원의 평가다.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너로 시즌 내내 함께한 김용일 트레이너는 류현진의 내구성에 대한 의심의 시선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이영미 기자
한편 미국 현지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류현진의 내구성 문제와 관련해서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182⅔이닝을 소화했고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지만 올 시즌에도 4월 왼쪽 사타구니 문제로 10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올랐고, 시즌 막판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을 전담한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는 류현진이 매우 건강한 몸 상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고 자신했다.
“시즌 치르다보면 선수들마다 크고 작은 부상이 있기 마련이다. 4월의 부상자명단은 부상이 심각했던 게 아니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선수 스스로 휴식을 취한 것이고, 시즌 막판의 휴식도 팀의 지구 우승이 확정된 상태라 포스트시즌 대비해서 투수들을 무리시키지 않으려는 구단의 배려 때문이었다. 182⅔이닝을 소화한 투수에게 내구성을 의심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사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류현진 내구성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구단과 FA 협상을 하다 보면 제일 먼저 거론되는 게 부상 이력이다. 류현진이 어깨, 팔꿈치는 물론 허벅지 부상 등 의외로 부상 이력이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한두 차례 로테이션을 거른 적은 있지만 그 기간이 길지 않았고, 투수 휴식 차원 안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스캇 보라스도 류현진 내구성 관련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류현진의 FA 계약 관련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3, 4년 계약은 현실적이고, 5년 이상은 ‘땡큐’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 류현진은 계약 기간보다 연평균 금액에 더 신경 쓸 수 있다. 그 부분이 선수의 가치를 인정받는 잣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도 LA 다저스와의 FA 계약은 계약 기간이나 연평균 금액이 선수의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예상일 뿐 실제 협상이 어떤 형태로 발전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포스트시즌이 일찍 마무리된 아쉬움은 크지만 올 시즌 류현진의 개인 성적은 화려했고, 빛이 났다. 그는 디비전시리즈 5차전을 마치고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FA 계약은) 나를 인정해주는 팀을 고려해야 한다. 에이전트가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담백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