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부가 45년 만에 역사 속으로 퇴장하자 법조계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10월 15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심의·의결했는데 이에 따라 검찰 특수부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 광주지검 세 곳만 남게 됐다. 나머지 특수부는 모두 폐지되고, 남은 세 곳의 명칭 또한 ‘반부패수사부’로 바뀐다. 기존 특수부 간판은 이제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대검 중수부에서 특수부로 그리고 반부패부로 ‘작아지는 역할’
‘특수통’ 검사라는 호칭이 큰 칭찬으로 쓰이는 게 검찰 조직이다. 특수부서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받을 수 있는 호칭이 아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듯 ‘혐의’를 찾아내는 성과가 있어야 ‘특수통’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었다. 검사 기수마다 열 명 내외가 ‘특수통’이 되기 위해 경쟁했고 이중 한두 명의 에이스들만 받을 수 있는 게 특수통의 호칭이었다.
대검찰청에 특수부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73년. 당시 대검찰청은 기존 수사국이 하던 역할을 특수부를 신설해 이관했고,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청에도 특수부가 설치됐다. 그리고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1980~1990년대에 특수부는 ‘검찰의 꽃’으로 불리게 된다.
옷 로비 의혹 사건 관련 수사발표를 하고 있는 당시 신광옥 중수부장. 사진=임준선 기자
대검찰청은 기존 특수부를 1981년 중수부로 확대·개편했고, 그 뒤 권력형 비리와 대형 경제 범죄 사건마다 대검 중수부가 등장한다. 전국 검찰청의 특수부를 지휘하며, 정권을 뒤흔들 만한 굵직한 사건을 직접 도맡아 처리했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했다. 이철희·장영자 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 씨 비리 의혹 사건, 옷 로비 의혹 사건, 이용호 게이트,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이 대검 중수부를 거쳐 갔다.
홍만표 전 검사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검찰 내에서 알아주는 특수통 검사들은 모두 대검 중수부 근무 경험이 있었다. ‘대검 중수부’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특수통이 되기 위한 ‘1단계 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수사 과정에서 수사 선상에 올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대검 중수부는 ‘정치검찰’의 상징이 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칼잡이’ 역할을 한다는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문제와 함께 2013년 결국 폐지됐다.
대검 중수부 폐지 후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4부와 금융범죄전담조사부(현 서울남부지검 소속)를 통해 정권이 원하는 수사를 진행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었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이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등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 모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칼’을 빌려 원하는 수사를 진행했다.
#“민정수석으로도 할 수 있었을 것을 왜 굳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현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향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수2부는 물론, 특수3부와 특수1부 검사까지 참여시키며 수사팀 규모를 확대했다. 이처럼 적폐 청산 수사의 일조했던 특수부는 이제 오히려 적폐로 몰린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움직임이긴 했다. 문무일 전 총장은 특별수사 총량을 축소하기 위해 41개 지청 특수전담을 폐지했고, 특수부를 전국에 7곳만 뒀다. 그리고 윤석열 현 검찰총장은 10월 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검찰청 특수부를 폐지하는 개혁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했고, 조국 장관이 이끌던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특수부 이름 변경’을 포함해 국무회의 의결에 이르렀다.
특수부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이미 문무일 전 총장 때부터 특수부 수사는 거의 사라졌기에 서울중앙지검 정도만 특수부로 보는 게 적절했다”며 “이름이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서울중앙지검과 대구, 광주는 여전히 반부패부가 있지 않나. 새삼 달라지는 것은 이름 정도”라고 얘기했다.
검찰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박정훈 기자
법무부는 10월 14일 “‘검사장이 지시하는 사건의 수사’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분장 사무를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중요 기업 범죄 등으로 구체화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이마저도 “언제든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특수통 검사는 “어차피 서울중앙지검에 반부패부가 존재하면, 부서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언제든 가능하다”며 “지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비대해진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적폐 수사를 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니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국민적 분노가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제든 바뀔 수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최근 검찰 조직을 떠난 한 변호사는 심지어 “기껏 국무회의 의결로 끝날 몇 가지를 개혁하자고 조국 전 민정수석이 직접 장관으로 나오는 이 난리를 쳤느냐”고 반문하며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그냥 박상기 전 장관에게 지시해도 충분할 일이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차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이나 이번 조국 전 장관 수사처럼, 언론에 조금이라도 사안이 불거지면 고소장이나 고발장이 들어와서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며 “특수부가 반부패부로 바뀐다고 역할까지 크게 바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증권범죄합수단도 폐지…“처벌 안하겠다는 건가” 우려 까닭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조국 전 장관과 함께 검찰 개혁을 추진하던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직제에 없는 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수단 등 검찰청의 직접수사 부서에 대한 개혁 방안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 이미 ‘폐지’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법조인이 “조국 수사팀에 검사를 파견했다는 점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운 털이 박힌 부분이 있다”고 귀띔했을 정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유관기관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검찰이 지휘하는 형식으로, 주가조작 사범 등 여의도 금융범죄에 특화됐지만 직제에 없는 탓에 검찰 비대화의 상징으로 지적 받기도 했다.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 명목으로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씩 받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면서 ‘서류 유출’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검사들은 ‘증권 수사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권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계좌를 쫓고 금융 거래 기록 속에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공안이나 정치인들 뇌물 수사하는 것만큼이나 전문적인 영역인데 이를 직접 수사, 특수 수사라고 폐지하는 것은 ‘죄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며 “사실 합수단 사건은 검찰이 혼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금감원, 금융위 등과 함께 판단하지 않나. 인지 사건이 아니라 고발 사건인 점을 감안해 합수단만큼은 남겨서 금융범죄 수사 전문성을 확보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