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교사에게 맞아 죽은 피해자의 반려견. A 교사는 무단 침입과 반려견 살해에 대한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피해자의 전 연인인 고등학교 교사 A 씨였다.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집 앞으로 찾아갔으나 계속해서 연락이 되지 않자 그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다.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B 씨에 따르면 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A 씨가 유일했다. 비밀번호 설정방법을 모르는 피해자를 위해 교제 당시 A 씨가 직접 비밀번호를 설정해줬다고 한다. A 씨는 피해자 몰래 여분의 열쇠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사건 당일 집 앞을 서성이는 A 씨를 본 목격자도 있었다.
한편 사건 발생 직후 사실을 부인하던 A 씨는 피해자의 가족이 CC(폐쇄회로)TV가 있음을 알리자 그제야 “집에 찾아간 적은 있으나 불이 켜져 있어 그냥 돌아왔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범행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피해자가 없는 사이에 집에 들어가 강아지를 세게 발로 찼는데 죽었다는 것이다.
A 씨는 16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강아지는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 발로 찬 것”이라며 “피해자가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아서 화가 좀 났다. 죽은 강아지를 책상 밑에 넣어둔 것은 사실이나 물에 빠뜨리거나 익사시키지는 않았다. 강아지가 왜 젖었는지는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와 3년을 만났다. 사귀면서 헤어질 뻔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이번 사건도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은 개인사라 자세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려견의 토사물과 배변이 담겨 있던 세숫대야. 피해자가 외출을 하기 전까지는 깨끗한 물이었다. 사진=제보자 제공
A 씨는 사건 이후에도 계속해서 피해자를 찾아갔다. 그는 10월 14일 피해자를 찾아가 “학교에 소문이 다 났다. 밥줄을 끊으려고 하는 것이냐”며 “교장선생님께서 ‘일주일 연가를 줄테니 일을 잘 마무리하고 오라’고 말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사건이 잠잠해질 것이다. 개인사이기 때문에 교사직 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와 가족은 우려를 표명했다. B 씨는 “우리는 또 다른 보복이 두려워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머물고 있다. 이런 사람이 계속 교사직을 맡아도 되는 것인지, 정말 개인사라는 이유로 처벌이 안 되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A 교사가 소속된 학교 교장은 1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일을 잘 마무리하고 오라’는 말은 한 적이 없고 개인사에 대해서는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재 A 씨는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설재선 변호사는 A 씨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집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 유리창을 깬 부분에 대하여 재물손괴죄, 강아지를 발로 차 죽인 부분에 대해서는 재물손괴죄와 동시에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 동물보호법 위반이 성립될 수 있다. 스토킹에 대한 처벌법은 아직까지 국회 의결이 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직장과 집을 찾아오고 연락을 반복하는 등의 행동은 지속적 괴롭힘에 해당돼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동물보호법 위반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전남 강진경찰서 지구대는 신고를 접수하고 강진경찰서 강력팀으로 사건을 넘겨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12일 동물학대와 관련해 신고가 들어왔고 절차에 따라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이별 보복 범죄는 수만 건에 달한다. 경찰청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이별 후 폭행 또는 상해와 같은 보복범죄로 검거된 사례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2만 8453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흉기 등을 이용한 특수 폭행은 5687건이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