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유보 결정에 따라 1년의 시간을 벌게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코오롱티슈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취소 결정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개선기간 부여 결정이 알려지자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지난 14일 전일 대비 30% 급등했다. 한국거래소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관련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유보 결정에 따라 개선기간 부여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미 FDA가 인보사에 대해 중단 상태를 유지한 만큼, 임상 재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 3상 첫 환자 투약을 개시했으나, 지난 5월 3일 FDA의 요구로 중단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앞서 코오롱 측이 미 FDA에 임상재개와 관련해 문의했고, FDA가 보완 자료를 요청하면서 코스닥시장위원회가 한 차례 연기됐다. FDA가 임상 3상과 관련해 종료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이 상장 유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알고 있다”며 “투자자보호는 한국거래소의 모든 결정에 있어 기본 저변에 깔려있지만, 없어져야 하는 기업을 살려두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개선기간 종료 이후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받아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러니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유일한 수익원이자 파이프라인인 인보사의 미 임상 3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코오롱 측은 미 FDA의 요구에 따라 지난 8월 자료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9월 20일 공문을 통해 임상중지 해제를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받은 것을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한 듯하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7일 식약처 국정감사에 출석해 “FDA가 임상지속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하지 않았고, 보완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당초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예상했던 업계에서는 1년 이후의 상장 유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FDA의 인보사 임상재개 허가 가능성에 대한 의견 또한 엇갈린다. 코오롱의 미래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직 (임상 재개 여부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FDA를 설득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코오롱 측에서 바뀐 물질에 문제가 없었다는 부분을 잘 설명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약물의 효과 여부를 평가하는 반면, 미국은 신약에 대해 가능성만 보고도 임상 재개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코오롱 측이 주장했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반면 코오롱 측이 임상 재개 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임상 3상 단계에서 주성분 변경 문제가 불거진 터라 앞서 진행한 임상 1상, 2상 과정에서 제출한 자료들의 신뢰성 또한 보장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 9월 20일 FDA가 코오롱티슈진에 보낸 공문에서 ‘가장 좋은 유익성·위해성 제품 프로파일을 얻기 위해 HC(제1액)로 TC(제2액)를 재제조’하는 것을 권고한 점에 미뤄 임상 재개 불허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제1액의 연골세포로 제2액의 형질전환세포를 재제조하라는 권고는 사실상 임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FDA의 권고는 코오롱 측이 당초 주장한 대로 정상 연골세포에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삽입해 2액을 만들라는 것으로 이는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며 “2액 세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상 연골세포에 TGF-β1을 삽입한 수백만 개에 달하는 세포 각각의 특성을 분석해 최종적으로 골라내고, 골라낸 세포를 대량 배양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린다. 그러나 정상 연골세포는 수명이 정해져 있는 데다, TGF-β1 또한 연골세포 수명을 늘려주는 기능은 없어 2액은 실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코오롱티슈진은 공시를 통해 이 같은 FDA의 권고를 알리며 ‘Clinical Hold(임상 중단) 사유로 특정하지 않은 사항’이라고 명시했다. 임상 중지 해제를 위한 요구사항인 임상 시험용 의약품의 구성성분에 대한 추가 특성분석과 달리, 재제조 요구가 임상 중지 사유로 특정되지는 않았다는 것. 코오롱 측은 재제조 권고에 대해서는 ‘선택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FDA의 요구사항에 성실히 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보완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언제 제출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인보사를 둘러싸고 불거진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 또한 문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월 26일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유선 연락을 받아 주성분 변경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으나, 이보다 2년 전 알고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5월 3일 국제중재사건 관련 정정공시를 통해 “당사는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코오롱티슈진의 위탁생산업체(론자)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년 3월 점검 과정에서 STR 위탁 검사를 하여 2액이 단일세포주(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을 통지 받았습니다”라고 명시했다.
인보사 투여 환자와 투자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 또한 코오롱이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까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집단소송만 5건이다. 한누리, 오킴스, 한별 등 다수 법무법인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만큼 규모도 크다. 투약 환자들은 종양 발생 우려에 따른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공개한 자체 역학조사 결과, 인보사 투여 환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60%가량이 인보사 투여 이후 개선의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오히려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경우 코오롱이 주주의 투자판단에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인보사 구성 주요성분을 고의적으로 숨겨 허위공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오롱 측이 인보사에 대해 ‘세계 최초 세포 유전자 치료제’라고 강조했으나 주성분 변경 사실이 확인되면서 인보사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는 점에서 주가 하락 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욱 크다.
코오롱티슈진 투자자 1430여 명의 소송을 대리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 박상욱 변호사는 “투자자 손해배상 소송에 있어서 문제는 약의 효과 여부가 아니다. 코오롱 측이 인보사에 대해 ‘세계 최초 신약 세포 유전자 치료제’라고 밝혔던 점이 문제가 된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가 아닌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는 기존에 이미 각각 38개, 8개가 존재한다”며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은 소송과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배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가 회생하는 편이 투자자로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국내 판매 안한다더니 품목허가취소에 대한 행정소송은 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7일 식약처 국감에 출석해 “우리나라에서 인보사는 이미 허가가 취소된 상태”라며 “제조할 수도, 판매할 수도 없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석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식약처가 지난 7월 인보사에 대해 품목허가를 취소한 것에 대한 설명이다. 식약처의 허가 취소로 이미 국내에서 인보사 판매가 금지됐으며, 코오롱 측에서도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것. 코오롱은 지난 7월 8일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효력정지신청은 지난 8월 13일 기각됐다. 이후 8월 19일 기각결정에 대해 항고했으나, 행정법원은 9월 24일 이를 다시 기각했다. 다만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의 소 관련 행정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0월 31일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시도도 하지 않았다”던 이 대표의 증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홈페이지 공지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팝업창 공지를 통해 “고의적 조작이나 은폐가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정소송의 제기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고, 인보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분들께 다시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코오롱 측이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송으로 시간을 벌어 이슈가 잠잠해질 즈음 국내에서 제조 및 판매를 재개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국내 허가가 취소된 상황에서 현재 제조와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미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절차대로 성실히 준비하고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