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은 주로 상장사 메자닌 펀드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회사다(관련기사 라임자산운용 유동성 위기 불러온 ‘메자닌’은 무엇?). 전환사채(CB)에 투자하면 평소에는 채권에 대한 이자를 받고,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코스닥 기업은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단으로 사채 발행에 앞장섰다. 문제는 라임이 투자한 코스닥 기업들이 위기를 맞으며 불거졌다. 라임이 투자한 상장사 중 몇몇 곳은 전·현직 대표가 횡령 등으로 구속되고 회사가 위기를 맞았다.
불씨를 당긴 건 라임이 투자한 지투하이소닉이다. 라임은 2018년 7월 상장사 지투하이소닉의 CB를 100억 원 규모로 취득했다. 지투하이소닉이 상장적격심사를 받게 되고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 되자 라임은 지난 3월 CB 물량 전량을 내다 팔았다. 매각 당시 CB를 인수한 기업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상장적격심사를 앞둔 지투하이소닉 채권을 상당히 낮은 가격에 팔았을 것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라임의 지투하이소닉 CB를 매입한 곳은 주식회사 코르도바다. 코르도바는 라임의 CB 물량 전부를 매입했다. 100억 원어치 CB를 갖고 있던 라임이 20억 원에 CB를 넘긴 것. 이후 라임 측은 언론을 통해 지투하이소닉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80%를 상각해 매도했다고 밝혔다.
지투하이소닉 소액주주들은 라임이 헐값에 CB를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00억 원 채권을 20억 원에 정체가 모호한 회사에 넘긴 것에 다른 내막이 있을 것이란 내용이 주된 골자다. 생소한 이름의 코르도바는 2018년 12월 설립됐다. 자본금 1000원에 설립된 코르도바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코르도바는 금융 지원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데 대표는 1991년생 김 아무개 씨가 맡고 있다.
라임의 석연치 않은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3월 코스닥 상장사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 이슈가 발생하고 1주일 만에 라임은 400억 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아이엠지인터내셔널과 엘씨인터내셔날 등에 넘겼다. 올해 2월에는 바이오빌 CB 250억 원어치도 225억 원에 메트로폴리탄 등에 넘겼다.
라임이 CB를 매매한 상대방은 라임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메트로폴리탄씨앤디는 라임의 부동산펀드 관련 시행 등을 맡고 있는 회사다. 더군다나 메트로폴리탄씨앤디 이사 최 아무개 씨는 파티게임즈의 BW를 인수한 엘씨인터내셔날 등기임원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임의 사채를 매입한 업체는 대부분 자본금에 비해 많은 대출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 사업 분야나 사명을 여러 차례 바꿨다. 일례로 메트로폴리탄씨앤디는 유흥주점업에서 부동산 컨설팅업으로 사업 목적을 바꿨다.
자금 확보를 위해 CB를 매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라임이 특정 장외업체 관계자들과 CB를 매각하는 걸 두고 시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일종의 광범위한 편법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관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8월 라임에 제기된 한계기업 투자, 부실 자산 매각, 파킹거래, 자전거래 등 의혹을 살펴봤다. 이후 검사를 연장하고, 많은 인원을 투입하는 등 검사에 박차를 가했다. 금감원이 집합투자업체에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검사를 벌이자 “검사를 연장할 만큼 문제가 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금감원은 최근 라임의 경영진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물음표 남긴 ‘헤지펀드 1위’ 라임자산운용 성공신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연세대학교 98학번으로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졌다. 대학 시절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았던 원 대표는 2005년 우리은행에 입사해 트러스톤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을 거쳤다. 2012년 라임투자자문을 세우고 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로 전환했다. 회사는 시장 위기에 수익률을 잘 방어해 신뢰 받는 하우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원 대표 주도로 주식에 집중하며 회사가 성장했지만 시대 흐름에 발맞춰 대체투자 강화가 필요했다. 2015년 이종필 부사장이 라임자산운용에 합류해 대체투자를 주도했다. 이 부사장은 해외 대학 출신으로 대신증권, LIG투자자문, IBK투자증권, HSBC를 거쳐 퀀트 애널리스트로서 경력을 쌓았다. 금재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