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SBS에 따르면 고 이병철 창업주는 1978년 말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주변 부지 약 300만㎡를 삼성 오너일가의 최측근 임원 14명에게 분할 매각했고, 이들은 이 부동산을 모아 성우레져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02년 성우레져는 토지 전부를 에버랜드에 57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는 성우레져가 장부가라고 밝힌 598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헐값이었다. 토지를 매입한 에버랜드는 손자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다. 이에 삼성 오너일가가 차명부동산 거래를 통해 격세증여를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이 수상한 돈의 움직임을 파악했으나,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과세하지 않고 검찰에 고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자 국세청은 성우레져 주주에게 분배된 자금을 조사할 근거가 있는지 검토하고, 필요하면 조사를 통해 돈의 최종 목적지를 확인하고 추가적으로 당시 매매대금이 적절했는지 적극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승희 당시 국세청장도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격세증여 지적에 대해 “과거 국세청의 업무 처리에 대한 적법‧적정성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추가 조치할 사항이 있다면 법령 범위 내에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국세청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부동산이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에버랜드로 넘어간 것은 내부자 거래, 편법증여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했다. 이어 조세포탈 혐의를 입증할 요건을 갖춰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감사원도 당시 부실과세 문제를 들여다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서도 국세청의 뒤늦은 대응에 대해 총수 일가의 탈세행위를 방조하는 ‘삼성 봐주기’라 비판하며 직무유기 등 취지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세종시 국세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은 “감사원의 성의 없는 공익감사 종결처리는 삼성과 국세청의 잘못을 비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세청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차명부동산이 이재용 부회장의 에버랜드로 넘어간 것을 편법증여로 결론을 내렸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 및 과세에 대해서 국세청 측은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세청이 추가 과세나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당시에는 처벌할 관련 법령이 없었고, 법인세 부과를 위한 제척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SK 반도체 클러스터에 용인 땅값 들썩, 삼성 일가 땅값은요?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48만㎡ 부지에 오는 2022년부터 10년간 122조 원을 투입,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기대 심리에 용인 해당 지역의 땅값이 들썩였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전국 지가변동률 및 토지거래량’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시 처인구는 올해 상반기 3.73%의 지가상승률을 기록, 상반기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집계됐다. 이에 경기도와 용인시는 땅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3월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처인구 원삼면 일대 60.1㎢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결정·고시했다. 이어 처인구 백암면 65.7㎢ 전 지역도 9월 1일부터 2022년 3월 22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승인받지 않고 사용하거나 목적 외로 이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계약 당시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에버랜드 및 이건희·이재용 삼성 오너일가가 보유한 부동산 역시 처인구에 속해 있다. 이들 토지 역시 SK하이닉스 투자 발표의 수혜를 받았을까. 에버랜드 인근은 조용하기만 했다. 처인구가 올해 상반기 전체적으로 3.73% 지가상승률을 보였지만, 포곡읍 일대는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포곡읍의 한 공인중개사는 “행정구역은 같은 처인구지만,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원삼면·백암면과는 끝과 끝이다. 거리로도 30㎞ 정도 떨어져 있다”며 “거리가 있다 보니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오히려 2017년 제2외곽순환도로 공사가 들어가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최근 떠오르는 동백마을이나 분당과 가깝고 교통편이 생겨 호재가 있지, SK하이닉스 투자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