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에서 갑자기 신라젠이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신라젠 사건을 전담하던 증권범죄 전문 검사가 갑자기 조국 수사팀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9월 중순쯤 검찰은 조국 전 장관 일가 관련 수사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소속 한문혁 검사를 투입했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검찰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국세청 등의 기관이 힘을 합친 금융·증권범죄 전문 수사기관이다.
한문혁 검사가 조국 일가 수사팀에 합류하기 얼마 전인 8월 28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신라젠을 압수수색했다. 7월 초 신라젠 한 임원이 자신의 보유 지분 전량인 약 88억 원어치 주식 16만 7777주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내부정보가 이용됐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의 일환이었다. 8월 초 신라젠이 개발하던 항암제 펙사벡은 미국의 한 위원회 무용성 평가에서 시험 중단을 권고 받았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을 계속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 발표 뒤 신라젠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양산 부산대병원. 사진=연합뉴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신라젠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이름이 나온다. 그만큼 유시민 이사장은 신라젠과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Value Invest Korea)에 있다. 신라젠은 2006년 항암 바이러스 면역치료제 연구개발을 위해 부산대 의료진이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신라젠은 2014년 약 432억 원을 투자 받았다. 투자사는 VIK로, 바로 대주주가 됐다.
VIK는 개인 수만 명에게 최소 7000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았던 크라우드 펀딩 투자사였다. 2011년 노사모 출신 이철 대표가 설립했다. VIK는 신라젠에 투자하겠다며 개인투자자에게 2013년 3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약 548억 원을 모았다.
문제는 이런 이철 대표의 행동이 유사수신행위였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2011년부터 4년간 자금 모집책 3000여 명을 고용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약 3만 명에게서 7000억 원을 끌어 모았다. 이렇게 모든 돈으로 조합을 여러 개 만들어 각종 사업에 투자했다. VIK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부동산,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투자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금융위원회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업체였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거액의 투자금 모집은 유사수신행위로 불법이다.
VIK의 투자는 수익을 좀처럼 내지 못해 신규 회원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의 이자로 사용하는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할 정도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겐 상당한 수익을 이미 실현했다고 광고했다. 당시 인터넷 홈페이지엔 손실 없이 최소 7%에서 최대 224%의 투자 성과를 거뒀다는 홍보 게시물이 올라왔다. 또한 돌려 막기로 확정 수익을 약속대로 지급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속출하자 이철 대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법정구속됐고 올 9월 15일 결국 사기·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 형을 대법원에서 확정 받았다. 눈길을 끈 건 변호인단이었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와 그의 남편 민변 출신 심재환 변호사였다.
이 돈은 정치권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이철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홍보처장이었던 김창호 씨에게 불법정치자금 6억 2000만 원을 줬다. 김 씨는 2015년 12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징역 1년 6월 형을 받은 뒤 2017년 5월쯤 만기 출소했다.
VIK에서 열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홍보물. 사진=시민광장 홍보물 갈무리
지난 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VIK 직원 강연에 정치인들이 참석한 사진을 제시하며 “신라젠이 항암제 행사를 할 때 유시민 이사장이 간다”며 “유시민 이사장이 관련돼 있다고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진에 다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라젠의 항암제 기술발표회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이유는 다름 아닌 신라젠 연구소 위치 때문이었다. 신라젠은 연구소를 양산부산대병원 내에 두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의학전문대학원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여권 주요 인사의 자녀가 이 대학원을 다녔다. 논문 등 입시 관련 서류 등의 문제로 현재 뜨거운 감자가 된 조국 전 장관의 딸이 현재 재학 중이고 이낙연 총리의 아들도 이 학교를 나왔다.
양산부산대병원과 여권과 관계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놀라운 소식이 얼마 전 전해졌다. 양산부산대병원 소속 강대환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가 됐다는 것이었다. 강대환 교수는 지방대 교수로는 처음 대통령의 주치의가 됐다. 강 교수는 신라젠 창업 때쯤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신라젠 주식 3만 주를 소유했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선고를 내린 병원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5월 23일 봉하마을에서 투신한 노 전 대통령은 처음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위치한 세영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런 뒤 상급병원으로 후송됐는데 그 병원이 양산부산대병원이었다. 의아한 점은 노 전 대통령이 세영병원에서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이었다. 가장 가까운 대형병원은 16㎞ 떨어진 삼성창원병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34㎞나 떨어진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