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 14일 오후 사의를 표명하면서 표면적 갈등 양상은 사라지자 재경지역 평검사가 한 말이다. 수사 대상인 피의자 조국은 ‘자연인’ 신분이 됐다. 하지만 검찰 내 불안감은 상상 이상이다. “이제 윤석열 총장 이하 수사팀이 항명에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하나로 뭉쳤던 검찰 내부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사퇴는 없다”며 분위기를 다잡으려 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검찰을 흔들기 위해 움직이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중심점 역할을 할 인사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떠오르고 있다. 장관 대행 역할을 맡게 된 김오수 차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공공연히 거론된다. 하지만 검사들은 김오수 차관의 장관 ‘승진’을 탐탁지 않아 한다. “다섯손가락(오수를 한자 五手로 해석해서 부르는 말)이 되는 게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오수 불러 ‘치하’한 대통령…후보 여럿 있다지만
10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치하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오수 차관이 (조국 장관을) 아주 보좌를 잘해 주셨다고 그렇게 들었다”며 “조국 장관이 검찰 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차관이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그리고 또 검찰 쪽 의견을 잘 수렴해서 개혁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그런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치하 말씀 드린다”고 추켜세웠다. “앞으로도 장관 부재 중에 법무부를 잘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자연스레 검찰 내에서는 ‘차기 장관설’이 무게를 받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월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자 김오수 법무부 차관(가운데)이 뒤따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청와대와 가까운 법조계 관계자는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 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독일 수 있는 검사 출신 김오수 차관이 유력한 차기 후보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며 이번 청와대 면담이 ‘면접’ 성격도 있었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대행으로서 ‘내가 장관 역할을 다한다’ 생각하고 장관 부재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임무를 다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수차례 ‘우리 차관’이라고 불렀다. 확실하게 검찰 개혁을 완수할 것을 당부함과 동시에 ‘신뢰’를 내비쳤다는 풀이가 나오는 대목이다.
김오수 차관은 실제 조국 장관 취임과 함께 “윤석열 총장이 수사 보고 라인에서 배제됐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대검찰청 간부에게 했다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 내에서는 “검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완전히 정권에 붙었다”는 비판이 검찰 내에서 커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김오수 차관을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이번 정부에서 ‘검사 출신은 절대 장관으로 뽑지 않는다’고 했다지만, 이낙연 국무총리와 동향이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교(광주 대동고) 동문인 탓에 ‘신뢰’가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정권에서 금융감독원장 후보, 검찰총장 후보에 연달아 이름을 올릴 정도다. 실제 금감원장 후보 때는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내막을 잘 아는 한 검사는 “김오수 당시 법무연수원장이 ‘검찰에서 더 꿈을 이루겠다’며 검찰 내 역할을 더 하겠음을 내비쳐서 남게 됐는데 당연히 그런 결정의 배경에는 장관이나 총장과 같은 목표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안팎에서 ‘검사 출신은 안 된다’는 여론이 김오수 차관에게는 가장 큰 한계다. 조 전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공동대표 출신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검찰개혁 관련 저서를 문 대통령과 공동으로 집필한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백승헌 변호사, 전해철 의원 등 비(非)검찰 출신 장관 후보들이 함께 거론되는 이유다. 이중 한인섭 교수의 경우 현재 검찰 수사 대상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탓에, 전해철 의원과 하태훈 교수 등이 김오수 차관과 장관직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앞선 청와대에 가까운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한층 까다로워졌고, 이번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으로 또 낙마하게 되면 조국 전 장관에 이어 민주당이 받는 타격은 총선을 앞두고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며 “외부 인사들 중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있는 인사가 있을 경우 비검사 출신이, 그들 가운데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면 ‘평생 공직자’로 살아와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김오수 차관에게 장관 기회가 올 것”이라고 풀이했다.
#누가 돼도 피할 수 없다? 12월 인사설 배경
그런 가운데 검찰 안에서는 “누가 새로 장관으로 와도 인사를 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식이 힘을 받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던 지난 7~8월, 윤석열 총장 취임과 함께 대대적으로 검찰 인사가 이뤄졌다. 검사장 포함, 60여 명의 검사가 대거 옷을 벗고 나가는 큰 변화였다. 그리고 4개월 만인 12월쯤, 또 인사가 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이번 인사는 ‘윤석열 총장 팔다리 자르기’가 주된 목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무부 장관 임명이라는 명분이 분명하기에 ‘인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도 함께 따라 붙는다.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이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항명을 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윤 총장이 총장 임기(2년)를 채우겠다고 하면 수사팀에 대한 인사로 ‘항명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자연스럽고, 그 방법이 검찰에게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10월 16일 대통령과 법무부 차관 면담에는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함께 동석했는데, 이성윤 국장은 ‘검찰 인사’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검사들이 신임 장관 부임 후 인사설을 하나같이 언급하는 이유다.
현직의 한 간부급 검사는 “윤석열 총장이 버티겠다고 하면 이번 수사를 지휘한 대검찰청 간부들은 물론, 수사팀에 있던 평검사들까지 좌천 성격의 인사를 통해 ‘검찰 길들이기’를 하는 게 가장 쉬운 징계 방법”이라며 “처음에는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이성윤 국장도 대통령 면담에 동석하는 것을 보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최근 옷을 벗고 나온 검사 출신 법조인 역시 “검찰총장이 ‘인사’에서 법무부와 함께 협의한다고 되어 있긴 하지만 인사권은 법무부에 공식적으로 있기 때문에 법무부 마음대로 해도 사실 할 얘기가 없다”며 “수사는 연속적으로 이해하고 진행하는 게 중요한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나 차장검사, 지검장과 대검 간부를 다 교체해버리면 조국 전 장관 수사는 사실상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물론,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서울남부지검 등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 검사들이 벌벌 떨고 있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재경지역의 평검사는 “수사팀이 다칠 것이라는 것에 모두가 안타까워하면서, 수사팀이 ‘죄’를 찾아낸 게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 속상하다”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문제 삼더니, 이제는 자유로워지려고 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리니까 혼내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앞선 검사 출신 법조인도 “검사들 얘기들 들어보니 본격적인 수사는커녕, 이제 업무 파악을 끝내고 수사를 막 시작하려 하는데 또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에 분위기가 붕 떠 있다”며 “진짜 검찰 개혁은 ‘검찰총장 인사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직선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해서 주는 게 답일 수 있는데 국회 권력도, 청와대도 이를 놓을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