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40대 여성 A 씨가 자신의 차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숨진 A 씨의 유족은 9월 26일 장성군청에 민원 진정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남편 B 씨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죽음의 원인에 장성군청 소속 공무원인 남편 B 씨와 C 씨의 불륜이 있다는 것이다. 장성군청은 진정서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진상 조사에 나섰다.
영화 포스터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건은 지난 5월 초 A 씨가 남편 B 씨의 휴대폰에서 그의 직장 동료 C 씨와의 불륜 정황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유족에 따르면 B 씨와 C 씨는 당시 외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초등학생인 아들의 휴대폰에서 B 씨와 C 씨의 성관계 정황이 녹음된 블랙박스 음성 파일이 발견됐고 A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유족은 “B 씨가 아들에게 자신이 쓰던 휴대폰을 물려줬는데 미처 파일 정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외도 사실을 인정했다. 아내에게는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용서를 구했다. 유족에 따르면 A 씨 역시 결혼 생활을 유지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이후로도 이어진 부부싸움에 괴로워하는 심정을 자주 내비쳤다. A 씨가 남긴 일기장에는 ‘내 마음은 아직도 20대 소녀처럼 사랑에 울고 웃고 있다’ ‘몸도 정신도 망가지고 있다’ ‘남편은 새벽 3~6시 술에 취해 귀가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후유증에 시달리던 A 씨는 결국 9월 20일 일기장에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B 씨와 C 씨에게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와 전화를 수차례 한 정황도 확인됐다. 남편 B 씨는 A 씨가 사라진 다음날인 21일 실종신고를 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아내가 이전에도 몇 차례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20일 오전에도 ‘친정에 가겠다’고 해서 그렇게 알았다. 일기장 여부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난 뒤 입원을 동반한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괴로워했다. 그러나 슬하에 두 자녀가 있어 이혼은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B 씨와 불륜 관계에 있던 C 씨에게 손해배상 합의각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원만히 해결되지는 못했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C 씨가 피해자인 A 씨에게 되레 “외도 사실이 밖으로 누설되거나 자신의 배우자가 알게 될 시 1억 원을 지급하라”는 비밀 유지 조항을 추가해달라고 한 까닭이다. 당시 손해배상 합의각서 내용을 조율했던 변호사는 “C 씨가 별도 변호사를 선임해 협의하겠다고 했고 고인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 때문에 배상받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A 씨가 자신의 일기장에 남긴 유서. 유족들은 A 씨의 유서가 적힌 일기장, B 씨와 C 씨의 불륜 정황이 담긴 문자 내용, 음성 파일 등을 장성군청 기획감사실에 제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씨의 유족으로부터 민원 진정서를 접수한 장성군청은 진상 규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장성군청 기획감사실은 유족으로부터 사망 전 A 씨의 유서가 적힌 일기장, B 씨와 C 씨의 불륜 정황이 담긴 문자 내용, 음성 파일 등을 제공받아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A 씨 유족은 군청의 조사 전반에 불만을 제기했다. 유족은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다되도록 조사에 진척이 없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불륜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자료가 있다면 달라’고 한다. B 씨와 C 씨에 대한 조치는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장성군청은 아직까지 B 씨와 C 씨에 대한 인사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장성군청 관계자는 1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관련 민원을 접수했고, 유족이 제시한 증거들이 진짜인지 그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 B 씨와 C 씨를 각각 불러 1차 조사를 했다. 사생활의 영역이다 보니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조사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징계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불륜에도 깊이와 정도가 있는데, 이를 따져보고 두 사람의 잘못이 인정되면 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 별도의 인사 처리를 하기는 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공무원법 제83조에 따르면 검찰·경찰, 그 밖의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제3항에 따른 수사개시 통보를 받은 날부터 징계 의결의 요구나 그 밖의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할 수 있다.
그렇지만 환경부와 부산경찰청 등은 지난해 불륜으로 물의를 일으킨 내부 직원에 대해 직위해제를 한 뒤 수사를 통해 ‘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했다. 현재 A 씨 유족은 B 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B 씨는 18일 일요신문에 “뒤늦게나마 A 씨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외도 이후 C 씨와의 관계를 이어온 사실이 결단코 없다”며 “아내의 갑작스런 사망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아직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