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사진)의 국회 국정감사 증언 거부 선언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피 전 처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 등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증인의 신문 전 진행하는 선서와 증언 일체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피 전 처장은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정감사의 증인으로서 선서를 거부하며 일체의 증언 역시 거부한다”며 “증인출석요구서에 신문의 요지를 첨부토록 하는데, 제 출석 요구서에는 손혜원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포상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과 산하기관장 사퇴 요구 관련 내용이 신문 요지로 적혀 있다”고 했다.
그는 “두 가지 모두 자유한국당이 검찰에 저를 고발한 내용”이라며 “서울남부지검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지만, 고발인인 한국당이 항고해 서울고검이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퇴 종용 의혹도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 전 처장은 “한국당이 고발한 손 의원의 부친 건은 검찰이 몇 달 동안 보훈처 직원을 불러 수시로 조사했고 어떤 직원은 10번 넘게도 소환됐다”며 “검찰은 여러 직원들을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조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렇게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결국 부정한 청탁이 없었고, 재심사 절차가 법령을 위반해 진행됐다고 볼 수도 없다”며 “손 의원 부친에 대한 서훈 확정은 심사 기준에 따른 것이어서 무혐의 처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들은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이 “아니 이걸 끝까지 다 들어야 해?”라며 항의했고, 김선동 한국당 의원도 “그만하세요”라고 외쳤다. 그럼에도 피 전 처장은 “혹 아무리 법령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라고 하더라도 보훈처장을 지낸 사람이라면 권리를 포기하고 국회 증언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단순히 저 개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저와 함께 근무하던 보훈처 직원 한 명이 재판을 받고 다른 직원들도 추가 기소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피 전 처장은 “이런 상황에서 저 하나 하겠다고 증언 나서는 게 오히려 부적절하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일방적으로 이렇게 피 전 처장이 증인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정당한 국회의원들의 국정 수행행위를 방해하는 것 아닌가”라며 “민병두 정무위원장께서도 아주 강하게 질타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시작부터 자기는 못하겠다며 자기 얘기만 다 하고 일체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두고 보고 있을 수가 없다”며 “(국회증언감정법) 증언 거부죄 뿐만 아니라 국회 모욕죄까지 추가해서 정무위 차원에서 (피 전 차장을) 고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금 증인 또는 참고인이 할 수 있는 법률적 보고는 국회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속 공무원들 10명이 30회에 걸쳐 조사를 받았는데, 보훈처 직원들도 그런 염려가 있어서 선서를 거부한 거 아닌가 싶다. 나름 선서 거부의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감쌌다.
여야가 피 전 처장의 증언 거부 문제에 갈등을 이어가자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오후 국정감사가 속개된 지 30분 만인 오후 3시에 정회를 선언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