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알림이는 시민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고자 설치된 흡연 감시 기기로 2015년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진주시 시외버스터미널, 고속버스터미널, 공원 등 공공장소에 설치됐다. 금연구역에 흡연자가 있는 경우 센서가 자동으로 연기를 감지해 “이곳은 금연구역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한다. 만약 누군가가 흡연자를 발견하고 별도로 설치된 알림 벨을 누르면 “흡연자께서는 지금 즉시 담뱃불을 꺼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나온다.
진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 설치된 금연알림이.
논란은 이 금연알림이가 화장실 내부에 설치되면서 시작됐다. 화장실을 찾은 시민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CCTV와 다를 바가 없는 금연알림이를 보고 적잖이 당황한 까닭이다. 실제로 두 기기를 비교해본 결과, 어떤 것이 금연알림이이고 CCTV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비나 눈으로부터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씌워놓은 방수 케이스가 있다는 점도 똑같았다. 화장실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금연알림이에게는 사실상 쓸모없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금연알림이에 고성능 녹화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금연알림이 제작 업체는 2015년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금연 홍보장치는 센서로 흡연자를 감지해 계도방송을 할 수 있다. 특히 고화질 전용녹화장치를 추가해 증거 영상을 확보, 과태료 부과도 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게다가 화장실 내부에 설치된 금연알림이를 이용한 성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부분이 철저하게 관리되겠지만 누군가의 실수로 촬영이 되거나 해킹 등의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최근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다가 금연알림이를 처음 본 한 이용객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화장실 칸 안에서 용변을 보다 한 쪽 벽에 설치된 카메라를 발견하고 매우 놀랐고 서둘러 나왔다. 처음엔 누군가 불법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은 줄 알았는데 밖에 나와서 보니 금연알림이였다. 계속 지켜보니까 플래시도 터졌다. 칸 안에서는 금연알림이 안내 글자가 보이지 않고 카메라만 보였다. 시외버스터미널 이용객들을 감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 혹시라도 촬영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애당초 옥외용으로 만들어진 기기를 건물 내부에 설치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매년 진주시를 찾는 다른 이용객은 “고향을 찾을 때마다 저 카메라를 본다. 지난해까지는 실외 금연구역에만 설치되어 있었는데 올해는 건물 내부에 있더라. 영상이 찍히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CCTV를 부착한 것 같은데 불법촬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화장실 내부에 카메라 달린 기기를 설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정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 보건소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원래는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고속버스터미널, 동네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만 설치했는데 효과가 좋았다. 최근 화장실 변기 칸 안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민원이 늘어 올해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 두 곳에 추가 설치하게 됐다. 실제 녹화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기기 자체의 제작과 홍보, 설치는 진주시가 아닌 금연알림이 제작업체에서 한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기준 진주시에 설치된 금연알림이는 총 8개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