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에서도 ‘웅성거림’이 작지 않다. 워낙 말이 많았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임은정 부장검사의 경찰 고발 당시엔 “이번 사건은 그럴 만하다”는 지지의 목소리도 있었을 정도다. 분명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이름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건의 폭발력이 커진 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임은정 부장검사. 사진=연합뉴스
#집안 든든한 검사의 ‘일탈’이 불러온 사건
사건은 2015년 겨울 발생했다. 유명 기업인의 딸인 윤 아무개 당시 부산지검 검사는 그해 12월 한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하자 상식 밖 행동을 한다. 사건 민원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한 뒤, 실무관에게 지시해 고소장 표지를 새로 만들게 한 것. 그리고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는 ‘고소장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고소장을 분실하면 고소인에게 이를 알리고 다시 고소장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윤 검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고소장 바꿔치기는 끝내 들통나고 말았다. 윤 검사가 위조 고소장으로 각하 처분까지 받아내자, 이를 문제 삼는 고소·고발이 이뤄진 것. 검찰 내 여론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윤 검사의 평소 근무 행태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도 아니었다. 이미 윤 검사는 부산지검에서 근무하며 자백 강요 논란에 휘말려 한 차례 감찰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윤 검사는 2016년 사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내 식구 봐주기 의혹’이 불거진다. 법무부와 검찰은 명백한 징계 대상이고, 불법임에도 별다른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해 준 것. 보통 검사 관련 감찰은 대검찰청이 담당하는데, 감찰이 진행 중이면 사표를 수리해 주지 않는다. 감찰 결과에 따른 징계가 결정되고 나서야 사표가 수리된다.
검사들이 “음주운전 같은 개인 일탈도 사표 수리가 안 되고 수개월 동안 감찰과 징계를 거친 뒤에야 검찰을 떠날 수 있는데 문서 위조라는, 검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명백한 범죄 행위를 하고도 사표가 징계 없이 수리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윤 검사 사건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당시 징계 관련 확인 절차가 진행 중이었는데, 근무 중 근무지 이탈과 같은 ‘소문’도 모두 확인을 했지만 문서 위조 외에는 큰 잘못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표가 수리됐다”면서도 “당시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챙겨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근무 경험이 5년도 안 된 검사의 사건이라기엔 말이 무성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2년 뒤인 2018년 10월, 결국 부산지검은 윤 전 검사를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죄로 불구속 기소한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비난이 쇄도하자 그런 것. 그리고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을 선고유예했다.
부산지법은 선고를 유예한 것에 대해 “법을 수호하는 검사로서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 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지만, 같은 고소장이 접수되더라도 각하 이상 판단이 나오기 어렵고 이번 일로 사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는데, 현재 검찰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달라”는 1심 구형량보다 적다는 이유로 항소한 상태다.
#임은정 부장검사의 ‘경찰 고발’
그리고 최근 들어 이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으로 불거진다. 임은정 부장검사가 “당시 검찰청 수뇌부가 윤 전 검사에 대해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곧바로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당시 인사 및 징계권 등을 가지고 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전 부산고검장, 조기룡 서울고검 부장검사(당시 대검 감찰1과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논란의 소지는 분명 있다. 당시 대검찰청과 법무부는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은 채 윤 전 검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고소장 위조는 ‘명백한 위법’이고, 심지어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사표를 수리해 준 것은 변호사 개업 등을 감안할 때 검찰이 줄 수 있는 너무 큰 특혜였다”며 “집안 배경과 맞물려 평검사들의 불만이 엄청났다”고 털어놨다.
경찰 역시 고발장이 접수되자 지난 5월, 고발인(임은정 부장검사) 조사를 통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자료 확보에도 나섰다. 법무부와 검찰에 사건 관련 자료를 총 세 차례에 걸쳐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서류 1장 정도의 간단한 문서만 경찰에 건넸을 뿐이다. 경찰이 요구한 ‘징계 관련 내용’ 등 일체의 서류는 넘어가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강제수사(압수수색) 카드를 꺼내들었고, 경찰과 검찰 간 신경전으로 확대됐다.
지난 9월 경찰은 첫 번째로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각했다. 이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경찰. 임 부장검사 역시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검찰은 ‘공문서위조 등 사안이 경징계 사안이라 사표를 수리하더라도 직무유기가 안 된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며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죄는 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 수뇌부의 판단이다. “직무유기라는 게 인정되기가 쉽지 않은 범죄”라는 것.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아시다시피 직무유기라는 게 그렇게 인정되기가 쉽지 않은 그런 범죄이기 때문에 (해당청이) 여러 가지 법리라든가 증거를 판단해서 지금 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장 기각 사유 및 사안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견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