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관련 의원들 공천 가산점’ 발언에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를 점거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 사진=박은숙 기자
나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22일 비공개 의원총회 등에서 “패스트트랙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며 “황교안 대표도 애당초 그런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당 소속 의원 60여 명에 대해 내년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점수를 주겠다는 뜻이다.
이에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정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인 사람들에게 공천 혜택을 준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법과 질서를 준수해야 하는 의무는 국민 모두에게 있고, 특히 국회의원은 법과 질서 준수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법치국가 원칙을 저버리는 것으로 당의 요구에 따르기만 하면 불법적인 행위를 해도 된다고 하는 잘못된 인식을 우리 사회에 조장하는 것”이라며 “나 대표는 가산점 발언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이 발언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인순 최고위원도 “‘저항을 앞장서서 하신 분들이고 기여도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말 황당무계할 따름”이라며 “법을 위반하는 것이 ‘저항’으로, 폭력과 무력을 행사한 것이 ‘기여’로 간주되는 ‘자유한국당식 공천’이 이뤄진다면 한국 정치 역사상 다시없는 역대급 코미디 공천을 방불케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용진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폭탄을 내무반에 던진 것 같다”며 “한국당을 ‘불법장려당’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도 거들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22일 라디오 cpbc 가톨릭평화방송 인터뷰를 통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원들을 오히려 우대해주는 건 법치주의를 완전히 내팽개친 것”이라고 꼬집었고,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너희들 걱정 말고 들어가라, 뒤는 내가 봐주겠다’는 조폭 중에서도 상조폭 논리”라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에 연루된 당내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혀 논란에 휘말렸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럼에도 나 원내대표는 “우리가 왜 범죄 혐의점이 있느냐”라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23일 오전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저항한 것”이라며 “정치 저항에 올바르게 앞장서서 한 분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