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본입찰이 다가오는 가운데, 항공업황 악화와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공정위 제재 위기 등으로 연내 매각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복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연내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산은)은 11월 7일 본입찰을 진행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항공업황이 유가와 환율 상승, 일본 여행 보이콧, 미·중간 힘겨루기에 따른 물동량 감소, 항공사간 경쟁 과열에 따른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단기 전망이 좋지 않은데다 당장 인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후보자들 입장에선 시간을 끌고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내 통매각’을 강하게 주장하던 산은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매각을 원칙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매각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의될지 알 수 없다”며 분리매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시작된 이후 참여를 기대했던 대기업들이 나서지 않자 서두르기보단 시간을 두고 더 좋은 인수 후보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후보자들 사이에서 아시아나항공 실사 과정에서 자료 제공이 미흡했다는 불만도 많고, 산은도 현재 입찰에 참여한 회사들에 대해 썩 반기는 눈치는 아닌 것 같다”며 “이번에 유찰될 경우 후보자들 입장에선 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 좋고, 산은 쪽도 다른 참여자를 기대할 수 있으니 당장 안달복달하면서 매각을 성사시키려 하진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통매각을 강력하게 고수했던 산은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건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연내 매각은 사실상 힘들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검찰에 고발당할 위기에 놓이면서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공정위는 최근 박삼구 전 회장 등 전·현직 경영인을 형사 고발하겠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을 기존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서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 넘기는 조건으로, GGK 측이 아시아나 지주사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을 투자하도록 만든 혐의다. 앞서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아시아나가 2015년 기내식 공급 재계약을 조건으로 금호홀딩스 투자를 강요했고 이를 거절하자 사업권이 넘어갔다고 공정위에 2017년 신고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관련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고 박 전 회장 등을 고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향후 아시아나항공에서 의견서를 받은 뒤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고발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을 확정한다. 공정위 제재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 일정 지연과 가격 변동 등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