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는 DLF 상품을 판매한 KEB하나은행 외에도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계열사 전반에 리스크가 발생하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부문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동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왼쪽)가 하나은행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발언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동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은 DLF 사건과 관련, 3876억 원 규모의 상품을 판매해 우리은행(4012억 원)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투자자들이 원금을 잃을 위기에 놓이면서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금감원 조사를 앞두고 내부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밝혀지며 질타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장검사에서 하나은행이 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을 파악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이를 복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두 건의 전수조사 자료를 삭제했으며, 이는 손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내부 자료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1일 국감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를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에 김동성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지시로 작성한 DLF 전수조사 결과 자료가 금감원이 발견하기 전까지 하나은행이 고의로 은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삭제된 내용은 알지 못 한다”면서도 “조직적으로 삭제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함영주 부회장의 답변은 크게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7년 채용비리 사태 때도 금감원 조사에 앞서 자료를 삭제한 바 있다. 금감원은 당시에도 자료를 복구해 하나은행의 비리를 잡아냈다. 하나은행의 자료삭제에 대해서는 윤석헌 금감원장 또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원장은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 관련 질문에 “검사와 법률검토를 하고 있다.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DLF 사태에서 하나금융투자(하나금투) 또한 자유롭지 않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 모두 하나금투가 발행한 DLS(파생결합증권)를 펀드로 만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파생결합상품의 경우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에서 설계하고 은행에서 이를 고객에 판매하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판매 주체는 하나은행, 설계 주체는 하나금투가 되는 셈이다. 하나금투는 예상손실률이 95.1%를 넘어서는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S’를 594억 원 규모 발행해 전체 판매액 1266억 원의 절반 가까이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DLF 사태의 불똥은 하나카드로도 튀었다.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부문 종합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가 선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DLF 사태의 불똥은 하나카드로도 튀었다.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 모두 하나금투가 발행한 DLS를 펀드로 만든 것”이라며 “겸직을 이용해 하나금투 상품을 하나은행에 몰아주고, 실적을 위해 판매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의 지적은 이날 함 부회장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에 대한 것이다. 장 사장은 하나은행 부행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7년 말 하나금융투자 부사장(WM그룹장 겸)으로 선임돼 겸직한 바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장 사장이 겸직한 1년간 DLF의 80%가 집중적으로 판매됐다.
장 사장의 증인 출석으로 하나카드는 과거 제기된 집단소송이 재조명받게 됐다. 장 사장은 국감에서 DLF와 관련해 집중 질타를 받았지만, 공식적인 증인 신청 사유는 ‘하나카드 마일리지 소송’이었다. 하나카드는 지난 2013년 크로스마일리지 스페셜에디션(SE) 카드 혜택을 축소하며 소비자들과의 소송이 벌어졌다. 하나카드는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현재 대법까지 올라간 12건 가운데 10건에서 하나카드가 패소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두 건은 법원의 요청으로 기일이 연기된 상황으로 전해진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11월 10일 전후로 4만 3000여 명 전 고객에게 일괄 보상할 계획이며, 재판이 진행 중인 나머지 두 건에 대해서도 판결이 나오는 대로 후속조치 할 예정”이라며 “현재 세 가지 보상안을 마련해 금감원에도 이를 공유했다. 국감에서도 마일리지 건과 관련해 증인신청이 이뤄졌으나, 보상방안이 잘 마련돼 관련 질의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로 하나금융지주를 둘러싼 리스크의 결론이 금감원의 손에 쥐어지게 되면서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함 부회장의 경우 하나은행장 재임 기간 당시 하나은행이 DLF 상품을 판매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기관장 제재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함 부회장은 2015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 갈등은 오랜 이야기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부터 워낙 사건이 많았다. 이번에는 피해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큰 사건이 걸린 탓에 분위기가 심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업계 관계자 또한 “채용비리 사태에 이어 또 이런 일이 일어나 금감원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